2020년 12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2심 판결에 대해 법무부가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공무원 징계와 관련해 1·2심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순순히 ‘패배’를 시인하며 상소하지 않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법무부는 정권 교체 뒤 본격 진행된 항소심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패소할 결심’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는 29일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취소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고 포기 이유로 법무부는 “항소심 판결을 검토한 결과, 1·2심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원·피고의 모든 주장과 증거를 심리한 뒤 징계처분을 취소한 이번 판결에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 등의 상고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전 정권 추미애 장관 시절의 징계절차에 대해 사과도 했다. 법무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과정에 중대한 절차위반과 방어권 침해 등이 있었다는 항소심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모든 감찰·징계 등의 과정에서 적법절차와 방어권이 보장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2020년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게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채널에이(A) 사건 감찰·수사 방해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0월 1심은 징계 절차와 사유 모두 타당해 징계에 문제가 없다고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2심은 징계 절차가 위법했다며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징계 사유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검찰총장 징계 청구자인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결정하는 위원회의 장으로서 일부 권한을 행사한 점을 문제 삼았다. 1차 심의기일을 변경하고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징계위원으로 위촉한 뒤 위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한 것 등이다.
반면 1심은 추 장관이 징계 청구자이지만, 당연직 위원장이므로 위원회를 소집하고,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행위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것까지 문제 삼을 경우 징계과정 자체가 진행이 안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징계청구자가 사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2심처럼 확대해석할 경우 검찰총장을 징계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가 법무부장관뿐이라 검찰총장 징계는 불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식 중 하나인 검찰총장 징계에 대해 정당한 절차에 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만큼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지점은 재판부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대목이라서 최종심의 판단을 받아 보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이례적으로 상고를 포기하겠다면 이례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법무부가 밝힌 이유는 다소 궁색하다”라고 평가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도 “법무부가 1심을 승소로 이끌었던 변호사를 해임할 때부터 재판 결과에 대한 논란은 예정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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