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발언’에 재판부 “맥락상 위안부 취업사기 취지인 듯”
수업 도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가 할머니들을 (허위 증언토록) 교육시켰다”고 발언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사실은 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반역사적인 판결”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4일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류 전 교수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할머니들을 모아 교육을 시켜 같은 말을 하게 만들었다”고 발언한 부분이다. 이밖의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정 판사는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부분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진위를 확인하려는 노력 없이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단정적이고 확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유죄로 봤다.
하지만 류 전 교수의 “매춘의 일종” 발언에 대해선 “해당 발언은 통념에 어긋나는 것이고 그 비유도 부적절하다”면서도 “표현의 맥락을 고려하면 ‘위안부’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것보다는 취업 사기와 유사한 형태로 됐다는 취지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하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 판사는 “학문의 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교수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교수 행위에 사용된 표현의 적절성을 형사 법정에서 가려주기보단 자유로운 공개 토론 등을 통해 검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판사는 정대협의 활동이 통합진보당과 관련이 있다고 발언한 부분,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돼 있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직후 정의연은 입장문을 내어 “반인권적, 반역사적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반발했다. 정의연은 “국제사회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는 부인하는 것인가. 일본의 재판부인가, 대한민국의 재판부인가”라며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결코 우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 전 교수는 이날 법정을 나서며 “제일 중요한 건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발언이 무죄가 났다는 것”이라며 “유죄 부분도 다툴 수 있다고 생각해 항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