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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주자 상담 넘어 다문화공동체 중심으로

등록 2007-02-14 21:20

대만문화 강좌를 듣고 있는 남양대만자매회(타사) 회원들. 자체 단체를 결성하며 자긍심을 갖게 된 이주여성 회원들은 수업 시간에 서로 이야기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타사 제공
대만문화 강좌를 듣고 있는 남양대만자매회(타사) 회원들. 자체 단체를 결성하며 자긍심을 갖게 된 이주여성 회원들은 수업 시간에 서로 이야기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타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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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대만자매회(TASAT·타사)는 대만으로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이 주체가 된 단체다. 1995년 대만 남부 가오슝 인근 메이눙의 중국어교실이 모태가 된 모임은 8년 만인 2003년 결혼이주자 스스로가 주체가 된 단체로 발전했다. “자매회에는 대만인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주여성 주도 단체라 회장과 이사의 3분의 2는 반드 시 이주여성들이 맡도록 돼 있다”고 샤샤오쥐안 타사 고문은 말한다.

추야드룽 타사 집행비서는 98년 타이에서 대만으로 시집왔다. 대만어도 모르고 친구도 없었던 그는 첫해 4만위안(약 120만원)을 친정에 전화하는 데 썼다. “대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전화통이라도 붙들지 않으면 감옥 같은 생활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년째 되는 해 친구의 소개로 융허(永和)시민대학 안에 있는 시민대학 중국어교실에 등록했다. 그런데 이곳의 중국어 교습법은 독특했다. 언어교육의 내용이 바로 그들 자신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들이었다. 왜 이주자가 됐고, 대만의 이민정책과 관련법에 따른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어떻게 이 사회 속에 뿌리내리고 살아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배우면서 추 비서는 자신을 “단순히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서 깨닫게 됐다”고 한다.

중국어교실서 출발 8년만에 어엿한 시민단체로
환경·교육문제에도 적극 참여…일반 인식도 변화

필리핀에서 대만으로 시집 온 리페이리가 타사에서 공부하며 그린 그림. 그는 애벌레가 나비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결혼이주자가 대만 사회에 적응해 책임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을 형상화했다.   타이베이/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필리핀에서 대만으로 시집 온 리페이리가 타사에서 공부하며 그린 그림. 그는 애벌레가 나비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결혼이주자가 대만 사회에 적응해 책임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을 형상화했다. 타이베이/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추 비서는 중국어를 같이 배웠던 동료들과 함께 타사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조직하고 동원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모임을 주도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결혼이주자들을 지원했던 샤 고문의 주선으로 홍콩의 이주자 지원단체인 에이피엠엠(APMM)과 워크숍을 열어, 조직과 연대활동을 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키워 나갔다.

기존의 새로운 이주자들을 위한 언어 문화교육에 덧붙여 교육문제, 이민법의 문제점 등을 함께 공부했다. 또 이주자들이 새로운 결혼이주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상담가가 될 수 있도록 상담교육도 이뤄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회원들의 관심은 자신들 문제에서 공공의 문제로까지 넓어졌다. 타사 회원들은 ‘베트남 여성들은 고엽제 때문에 장애아를 낳을 위험이 있다’고 말한 한 대만 입법원 의원의 발언에 항의해 처음으로 공개 시위에 나선 데 이어, 이주노동자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나 댐 건설 반대운동 등에 참여했다. “타사는 이주자 문제뿐 아니라 환경·교육 문제 등 대만 주민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할 모든 사안에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갖고 행동한다”고 우샤오운 비서장은 말한다.

남양대만자매회(타사) 창립대회에서 회원들이 가면을 쓰고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대만 사회의 편견을 비판하고 있다. 타사 제공
남양대만자매회(타사) 창립대회에서 회원들이 가면을 쓰고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대만 사회의 편견을 비판하고 있다. 타사 제공
추 비서 자신부터 타사에 참여한 뒤 많이 변했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만들고 회의를 주선하며, 다른 조직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하는 집행비서 일을 하면서 컴맹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는 파워포인트를 능숙하게 구사하게 됐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나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자신감, 용기가 생긴 것이다. 이제 드디어 한 인간으로 일어선 것이다.”

그의 이런 변화는 가족들까지 변화시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만 알았던 내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때론 텔레비전에 나와 자기 주장을 펴는 것을 보고 가족들은 나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타사는 이주여성의 주체적 능력 강화 못지않게 이들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샤 고문은 설명한다. 이를 위해 회원들을 다문화 강사로 훈련시키는 데 주력한다. 우선 시민대학에서 각자의 모국어를 마을 주민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베트남어나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러 온 주민들은 이 강좌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동남아 지역에 대한 정형화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강좌에 참석했던 대만 주민들이 스스로 타사의 자원봉사자가 되면서 타사의 외연이 지역사회 안으로 뻗어가고 있다고 우 비서장은 자랑한다.

대만 스신대학 사회학과 교수이기도 한 샤 고문은 “우리 대학에서 타사 회원이 다문화주의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수업 후 한 학생이 찾아와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 어머니도 타이 사람이라고 밝혔다. 평소 어머니를 부끄럽게 여겼는데 강의를 들은 뒤 오히려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한 그 학생은 지금 타사의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변화한 자원봉사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십시일반의 도움을 제공해 메이눙의 타사는 자체 건물도 갖게 됐다. 타사 회원들과 주민들이 설계에서 망치질과 도배, 페인트칠까지 함께 힘을 합쳐 세운 타사 건물은 현재 지역 다문화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있다. <끝>

타이베이/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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