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득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이철승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상임대표,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 집 대표 등과 면담한 뒤 농성 중인 이주노동자 사이를 지나 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무부 “MOU 맺은 9국 7만명 합법화 추진”
새달 중국까지 포함되면 16만명으로 늘어
새달 중국까지 포함되면 16만명으로 늘어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 체류자)를 상당수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명득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이철승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대표와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 집 대표 등을 만나,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진 출국을 유도한 뒤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합법적으로 다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현재 고용허가제에 따라 인력송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9개 나라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안이 현실화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고용허가 양해각서를 맺은 9개 나라에서 온 7만여명(표 참조)이 단속과 강제추방을 당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들은 전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34.7%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단속과 강제출국 과정에서 벌어져온 인권침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는 한편 이주노동자 정책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9만4천여명으로 가장 많은 중국과도 다음달 양해각서가 체결될 예정이어서, 이들까지 포함될 경우 전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80% 가량인 16만여명이 ‘불법 체류’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 점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강 국장은 “시민사회단체와 관련 부처, 학계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오는 5월 외국인정책회의에 이런 방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정책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고 국무총리와 법무부, 노동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로, 지난해 5월 첫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포함해 이주노동자 제도의 종합 개선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법무부의 추진 방안에 대해선 노동부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 외국인력고용팀 박기우 사무관은 “법무부의 검토 의견을 받아봐야 구체적 입장을 세울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불법 체류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기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전에도 법무부가 ‘자진출국 뒤 재입국’ 제도를 시행한 전례가 있어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도 일단 반기는 목소리다. 이철승 외노협 대표는 “자진출국 뒤 재입국까지의 경과기간 및 재입국 보장 여부 등 앞으로 논의해야 할 쟁점이 많다”면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신분의 약점 때문에 끊임없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현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국장은 이날 여수출입국관리소 화재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외국인보호소의 전면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이주노동자 문제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평균 이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고용허가제 해당국들과 해당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
한편 강 국장은 이날 여수출입국관리소 화재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외국인보호소의 전면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이주노동자 문제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평균 이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