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가 13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배석 간부 “삼성 소유 골프장 갔었다”
통합신당-한나라당 ‘BBK수사’ 공방
통합신당-한나라당 ‘BBK수사’ 공방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삼성으로부터 이른바 ‘떡값’을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또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연루된 비비케이 사건 수사를 놓고 통합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방을 벌였다.
■ 떡값 받았나?=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부산고 동문인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과 장충기 삼성 전략기획실 부사장이 임 내정자를 나눠 관리했고, 삼성 에버랜드 소유의 안양 베네스트골프장에서 골프를 함께 쳤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안양의 베네스트골프장 클럽하우스에 가면 열 명이 들어가는 방, 네 명이 들어가는 방이 있는데, 이 방에서 주로 상품권이나 현금이 전달됐다. 삼성이 로비 대상자와 골프를 치는 베네스트골프장에서 두 사람과 골프를 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 내정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했다. “(골프장에) 함께 갔는지, 안 갔는지 명확하게 답변해 달라”는 노 의원의 질문에 임 내정자는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가 골프를 치자고 하면 함께 골프를 쳤는데, 누구와 함께 쳤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오후에 임 내정자는 “두 사람과 함께 조를 이뤄 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에 배석한 대검의 한 간부는 “임 내정자에게 답변의 진의를 물었더니, 두 사람과 베네스트골프장에서 골프를 안 쳤다는 의미이지, 베네스트골프장 자체를 안 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내정자가 다른 고교 동문들과 베네스트골프장을 가기는 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청문회 내내 여야 의원들은 임 내정자에게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는지를 물었고, 임 내정자는 “삼성으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금품도 받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법사위 소속 의원 13명 가운데 이용희 의원(통합신당)과 이주영·나경원 의원(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임 내정자에게 자진 사퇴하거나 스스로 수사 지휘 라인에서 벗어나는 등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수사가 끝날 때까지 휴직하고 대검찰청 차장이 대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주문했다. 임 내정자는 “근거 없는 의혹만으로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장이 되면 삼성과 관련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비비케이 사건 수사=김종률 통합신당 의원은 “비비케이 주가조작의 당사자인 김경준씨의 누나가 에리카 김인데, 미국 변호사인 에리카 김의 사무장 이동연씨가 최근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과 만나서 수사와 관련해 주고받기를 했다는 첩보가 있다”며 “검찰이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또 “최근 문제가 된 이명박 후보 자녀의 위장 취업과 관련한 탈루 의혹도 수사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임 내정자는 “(이 후보와 관련한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비케이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 보안을 주문했다.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이 “수사 중인 내용이 언론에 나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수사 보안을 지켜 달라”고 요구하자, 임 내정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사실 공표 사이에 적절한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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