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힘이 되게 세서 발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발가락으로 휴대전화 문자를 찍어 보내고, 컴퓨터 자판도 두드린다. 방 청소와 설거지는 기본이고, 숟가락을 발에 끼운 채 밥도 먹는다. 발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 글씨를 쓰는가 하면, 디지털카메라를 두 발로 잡고 자기 모습도 찍는다.
권경욱(31)씨는 일반인보다 좀 느릴 뿐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발로 척척 해낸다. 어려서 고열을 앓고 난 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된 권씨는 두 손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지만 두 발로 글씨를 쓰고 책을 읽으며 경북 경주 위덕대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의 24시를 지켜봤다.
“시험 보는 것과 리포트 작성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다른 학생들은 1시간에 보는 시험을 저는 3시간에 봐요. 답안 작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죠. 시험 보고 나면 팔다리가 다 아파요. 그래도 1학년 때는 두 학기 모두 장학금을 받았어요. 그리고 8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도 있었는데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성격 차이로….” 수줍게 웃는 그의 표정은 여느 남학생과 다를 게 없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원에도 진학할 예정이고요, 운전면허도 딸 계획이에요. 면허를 따면 제일 먼저 바다에 가고 싶어요. 넓은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기 때문이죠.”
학교 앞 3층 건물 옥탑의 조그만 자취방에서 혼자 생활하는 그는 ‘1급 정신력’과 의지로 1급 장애를 거뜬히 이겨내고 있다.
경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