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 반딧불이 ‘연둣빛 군무’
반딧불이 5백여마리, 양평서 날다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했던 반딧불이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구둔치 아랫마을 큰샘골 숲에서, 반딧불이 500여 마리가 무리 지어 날며 뿜어내는 빛이 마치 연등 행렬처럼 이어지고 있다. 가운데 사진 넉 장은 개똥벌레라고도 하는 반딧불이가 풀 위에 앉아 있다가(맨 왼쪽), 나뭇잎으로 옮겨 앉아 연한 초록빛을 내뿜은 뒤(가운데), 다시 빛을 머금은 채 나뭇잎 위를 기어가며 궤적을 만드는 모습(맨 오른쪽)이다.
우리 곁에서 사라졌던 반딧불이가 이렇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풀꽃나라’란 이름의 생태학교를 운영하는 김영웅(50)씨가 10여년간 애쓴 결과다. 김씨가 1999년 큰샘골에 자리를 잡고 보니 파파리반딧불이(함경도 파발리에서 유래한 우리나라 고유종 반딧불이 이름) 예닐곱 마리가 관찰됐다. 당장 논을 초지와 습지로 바꾸고 농약 사용을 중단했다. 다슬기와 물달팽이 등 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생물들을 계곡과 습지에 풀어주니 2~3년 뒤부터 반딧불이 개체가 늘기 시작해 올해는 500여 마리까지 관찰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반딧불이를 잡아다가 유리상자에 넣어 촬영한 경우는 더러 있지만, 이렇게 자연 상태에서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것을 촬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반딧불이 복원에 들인 공이 이제야 빛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니콘 D3 카메라에 105㎜ 마이크로렌즈를 달아 감도 6400 상태에서 셔터를 30초간 열어 촬영.
양평/강재훈 선임기자 khan@n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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