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커트머리에 가녀린 체격을 지닌 재중동포 김진혜 학생이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방어동 화암중학교 체육관에서 연습을 하던 중 포즈를 취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울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개천에서 용 나는’ 희망사회로 ‘탁구소녀’ 14살 진혜의 소망
조선족 엄마 따라 한국행
중국서 첫발 뗀 탁구 연마
초등부 전국대회 휩쓸어 이혼한 엄마가 홀로 생계
부상에다 체력 약하지만
“탁구로 기억될래요” 각오 지난 4일 울산 동구 화암중학교의 탁구 전용 체육관. 짧은 커트머리의 소녀들이 경쾌하게 움직이며 연습에 한창이었다. 가녀린 체격의 재중동포 출신 김진혜(14)양도 서브와 드라이브 연습에 몰두했다. “첫 서브를 넣은 뒤 9번째까지 공을 주고받는 게 초구예요. 수싸움에서 밀리면 안 돼요.” 중국 선양에서 태어난 진혜는 한국인과 재혼한 엄마를 뒤따라 2008년 9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중국 소학교에 다니던 시절, 방과후 수업으로 탁구를 배웠다. 마침 진혜가 전학온 울산의 일산초등학교는 탁구로 유명했다. 진혜의 탁구 실력을 눈여겨본 코치는 “우리나라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도록 키워보겠다”고 진혜의 엄마에게 말했다. 진혜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이듬해 6월 전국 소년체육대회 여자 초등부 단체전 3위로 데뷔했다. 8월 동아시아 탁구대회에서 단체전 1위를 차지했고, 6학년 때는 전국 남녀종별 탁구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식 1위에 올랐다.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10개 국내외 대회에 나가 1~3위를 거듭 차지했다. 한국 정착은 탁구만큼 쉽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며 진혜를 홀로 키우던 엄마 김명석(41)씨는 한국인 사업가를 만나 결혼했다. 친구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진혜는 친정 어머니에게 맡겼다. 재혼 이후 형편이 조금 피는가 싶었으나, 남편의 사업 실패로 가계가 다시 기울었다. 엄마 김씨는 낮에는 식당 일을 하고, 밤에는 중국어 학원에서 강사 일을 했다. 중국에 있는 친정 어머니의 건강도 나빠졌다. 진혜를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는 일정 수준의 재산이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대출을 받아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 뒤에야 진혜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진로 문제 등으로 남편과 갈등을 빚다 남편과도 헤어졌다. 엄마 김씨는 또다시 진혜를 홀로 뒷바라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울산 화정동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 통역·상담 일을 했고, 지난 3월부터는 은행에서 중국인 고객을 상담하는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월 100만원 안팎을 벌어 대출금을 갚고 생계를 유지한다. 어렵게 살아온 탓에 딸 진혜의 체력이 허약한 것 같아 엄마 김씨는 마음이 짠하다. 진혜를 임신했을 때 몸이 아팠던 때문이 아닐까 자책한다. “‘운동하려면 홍삼액을 물처럼 마셔야 한다’고 코치님들이 말하는데, 한번도 제대로 못 챙겨줬어요. 탁구부 냉장고에는 다른 선수 엄마들이 가져다놓은 한약·홍삼이 가득한데….” 반면 진혜는 “엄마가 원하는 거 다 해줘 고맙다”고 한다. 경기마다 따라와 이것저것 챙겨주는 다른 엄마와 달리, 일하느라 경기장에 못 오는 엄마에 대해서도 “엄마가 오면 부담스러워서 안 오는 게 더 좋다”라고 말한다. 의젓한 진혜도 중학교에 진학한 뒤 잠시 슬럼프를 겪고 있다. 체격이 좋은 언니들과 경기하면서 성적도 예전만큼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 전국 랭킹 1위를 유지했던 초등학교 때 성적을 되찾기 위해 무리하게 연습하다가 무릎 인대를 다치고 고관절에 물이 차는 부상까지 입었다. 임영식(34) 코치는 “진혜는 집중력과 끈기가 있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멀리 내다보고 천천히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끌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혜의 꿈은 한국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탁구하면 김진혜라는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울산/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화보] 국민 ‘첫사랑’ 수지의 웃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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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에다 체력 약하지만
“탁구로 기억될래요” 각오 지난 4일 울산 동구 화암중학교의 탁구 전용 체육관. 짧은 커트머리의 소녀들이 경쾌하게 움직이며 연습에 한창이었다. 가녀린 체격의 재중동포 출신 김진혜(14)양도 서브와 드라이브 연습에 몰두했다. “첫 서브를 넣은 뒤 9번째까지 공을 주고받는 게 초구예요. 수싸움에서 밀리면 안 돼요.” 중국 선양에서 태어난 진혜는 한국인과 재혼한 엄마를 뒤따라 2008년 9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중국 소학교에 다니던 시절, 방과후 수업으로 탁구를 배웠다. 마침 진혜가 전학온 울산의 일산초등학교는 탁구로 유명했다. 진혜의 탁구 실력을 눈여겨본 코치는 “우리나라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도록 키워보겠다”고 진혜의 엄마에게 말했다. 진혜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이듬해 6월 전국 소년체육대회 여자 초등부 단체전 3위로 데뷔했다. 8월 동아시아 탁구대회에서 단체전 1위를 차지했고, 6학년 때는 전국 남녀종별 탁구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식 1위에 올랐다.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10개 국내외 대회에 나가 1~3위를 거듭 차지했다. 한국 정착은 탁구만큼 쉽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며 진혜를 홀로 키우던 엄마 김명석(41)씨는 한국인 사업가를 만나 결혼했다. 친구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진혜는 친정 어머니에게 맡겼다. 재혼 이후 형편이 조금 피는가 싶었으나, 남편의 사업 실패로 가계가 다시 기울었다. 엄마 김씨는 낮에는 식당 일을 하고, 밤에는 중국어 학원에서 강사 일을 했다. 중국에 있는 친정 어머니의 건강도 나빠졌다. 진혜를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는 일정 수준의 재산이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대출을 받아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 뒤에야 진혜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진로 문제 등으로 남편과 갈등을 빚다 남편과도 헤어졌다. 엄마 김씨는 또다시 진혜를 홀로 뒷바라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울산 화정동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 통역·상담 일을 했고, 지난 3월부터는 은행에서 중국인 고객을 상담하는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월 100만원 안팎을 벌어 대출금을 갚고 생계를 유지한다. 어렵게 살아온 탓에 딸 진혜의 체력이 허약한 것 같아 엄마 김씨는 마음이 짠하다. 진혜를 임신했을 때 몸이 아팠던 때문이 아닐까 자책한다. “‘운동하려면 홍삼액을 물처럼 마셔야 한다’고 코치님들이 말하는데, 한번도 제대로 못 챙겨줬어요. 탁구부 냉장고에는 다른 선수 엄마들이 가져다놓은 한약·홍삼이 가득한데….” 반면 진혜는 “엄마가 원하는 거 다 해줘 고맙다”고 한다. 경기마다 따라와 이것저것 챙겨주는 다른 엄마와 달리, 일하느라 경기장에 못 오는 엄마에 대해서도 “엄마가 오면 부담스러워서 안 오는 게 더 좋다”라고 말한다. 의젓한 진혜도 중학교에 진학한 뒤 잠시 슬럼프를 겪고 있다. 체격이 좋은 언니들과 경기하면서 성적도 예전만큼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 전국 랭킹 1위를 유지했던 초등학교 때 성적을 되찾기 위해 무리하게 연습하다가 무릎 인대를 다치고 고관절에 물이 차는 부상까지 입었다. 임영식(34) 코치는 “진혜는 집중력과 끈기가 있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멀리 내다보고 천천히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끌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혜의 꿈은 한국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탁구하면 김진혜라는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울산/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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