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표창원 고소…또 비판 ‘재갈물리기’ 하나

등록 2013-01-23 20:16수정 2013-02-14 09:46

표창원(47)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47) 전 경찰대 교수
‘여직원 댓글’ 관련 언론기고서
“조롱거리” 등 명예훼손 혐의로

2009년 박원순 시장 인터뷰에
같은 혐의로 소송냈다 패해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가 대선 직전에 불거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한 표창원(47·사진) 전 경찰대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명박 정권이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을 고소·고발해 입을 막으려 했던 행태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연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간부가 지난 18일 표 전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을 공안1부(부장 이상호)에 배당했다고 23일 밝혔다. 고소장을 낸 국정원 감찰실장은 표 전 교수가 일간지에 기고한 글 가운데 “(국정원이 위기를 맞은 것은) 정치관료가 정보와 예산, 인력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국제 첩보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고소인이 국정원 고위 간부여서,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이 ‘내 명예가 훼손됐다’며 개인을 고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의 고소는 이명박 정권이 반대 세력을 탄압해온 방식과 닮았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2008년 6월 ‘피디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담당 부장검사가 “명예훼손 성립이 안 된다”며 사표를 쓰고 수사가 갈피를 못 잡자 이번에는 정운천 장관이 나서 ‘피디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09년 9월에는 국정원이 박원순 변호사(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희망제작소가 행정안전부와 맺은 3년 계약이 1년 만에 해약되고, 하나은행과의 후원 사업이 갑자기 무산된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박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가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사법부는 ‘국가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피디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지만, 법원은 “보도 내용이 공직자들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이 박 변호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국가기관의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는지 여부는 국민의 감시 대상이므로 이런 감시와 비판 기능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판결을 모르고 국정원이 표 전 교수를 고소했는지 의문이다.

표 전 교수는 “고의로 명예훼손을 하지 않은 이상 국가기관은 국민을 상대로 고소를 할 자격이 없다. 국정원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고소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죄·무혐의 판단이 나오면 국정원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최강욱 변호사는 “국정원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지 않고 정권의 도구로 쓰였다는 문제의식이 국민 사이에 퍼지자 이런 고소로 이어진 것 같다. 음지에서 일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할 국정원이 명예를 찾겠다고 양지로 나오는 건 좋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태규 정환봉 기자 dokbul@hani.co.kr

[핫이슈]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1.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2.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윤석열 옹호’ 앞장서는 극우 인권위…안창호 지명이 ‘퇴행’ 정점 3.

‘윤석열 옹호’ 앞장서는 극우 인권위…안창호 지명이 ‘퇴행’ 정점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4.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5.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