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수사’ 권은희 수사과장 좌천설
경찰이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작성한 글을 확보하고도 ‘대선·정치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이번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려는 수사 실무자들을 경찰 수뇌부가 찍어누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의 수사 의지는 초기 단계부터 의심을 받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마지막 대선 후보 토론회 생중계가 끝난 직후인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 보도자료를 내어 “김씨가 임의 제출한 데스크톱 컴퓨터 1대와 노트북 1대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한 결과 악성 댓글을 단 혐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문제의 게시글을 쓰는 데 사용한 아이디(ID)·닉네임 40여개를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이례적으로 한밤중에 보도자료를 뿌리면서까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노골적으로 줄을 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오후엔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서장은 “(김씨의 글은) 대선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특정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했지만, (원래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추천·반대할 때 어느 정도 자신의 경향성이 반영되지 않냐. 그런 정도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활동을 업무가 아닌 개인 취향에 따른 것으로 축소하려는 모양새였다.
이 서장의 간담회는 같은 날 오전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서 16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269개의 게시글에 288차례에 걸쳐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추천’ 또는 ‘반대’를 표시했다”고 밝힌 뒤에 열렸다. 사건 초기부터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권 수사과장이 김씨의 여론조작 활동을 짐작케 하는 내용을 언론에 밝히자, 이를 지휘하는 서장이 나서서 진화한 모양새인 것이다.
<한겨레> 취재로 드러난 김씨의 인터넷 활동은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짙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내용을 모두 확보하고도 김씨의 사무실, 집, 휴대전화 등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제때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 수뇌부가 수사에 적극적인 권은희 수사과장을 이 사건 수사 라인에서 제외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주부터 경찰 내부에선 권 과장이 좌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일 일선 경찰서 과장급 인사를 할 예정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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