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법행위 직원 기소유예
내부고발자는 불구속 기소해
‘양심고백 가로막는 결과’ 지적
내부고발자는 불구속 기소해
‘양심고백 가로막는 결과’ 지적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 지시를 실행에 옮긴 국정원 간부·직원들은 기소하지 않고 이를 외부에 알린 내부고발자만 기소하면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력기관 직원들이 윗선의 불법적 지시를 잠자코 수행하도록 하는 반면, 양심적인 내부고발은 못 하도록 하는 암묵적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검찰의 처분이 공직 사회의 부당한 상명하복을 부추긴다는 데 비판이 쏠린다. 검찰은 지난 14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종명 국정원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김아무개(29)씨 등 직원 3명 등에 대해 “원장 지시에 따라 범행했고,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발되지 않은 나머지 심리전단 직원들은 모두 입건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축소·왜곡에 관여한 경찰관들도 불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 조직이나 검찰 조직이나, 구성원 각자가 법률적인 판단을 해서 업무 수행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지시를 책임지는 한 사람(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법제관 출신인 이석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은 “국정원 차장과 국장은 원 전 원장과 함께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공범이다. 상명하복 때문에 국정원 직원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통하는 말이다”라고 밝혔다. 또 “공범은 당연히 함께 기소하는 것이 법상식이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는 이런 상식을 벗어난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이번 조처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 검찰이 낮은 직급의 실무자에게도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은 것과도 대조된다. 사찰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중인 장진수(40) 주무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불법행위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을 ‘상명하복’의 조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가장 말단 직원에 불과했고 윗선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인멸했지만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 주무관은 “윗선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이나 경찰 직원이 실형을 받을 경우 나처럼 양심고백을 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건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검찰이 고려한 것이 아닌가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헌정 문란 범죄의 공범에겐 면죄부를 주고 내부고발자만 기소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로 국가기관의 중요한 범죄행위가 드러났다. 검찰이 대선 여론 조작과 수사 은폐에 가담한 국정원과 경찰 직원은 처벌하지 않고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외부에 알린 사람만 처벌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설혹 국정원 사건의 내부고발자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한국 사회는 내부고발과 관련해 너무 많은 제약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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