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왼쪽 둘째), 이승휘 한국기록학회 회장(셋째) 등 기록물 관리 전문가들이 25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기록학회 등 국정원 비판 목소리
“공공기록물 주장 어처구니 없어
대통령기록물 ‘관리’만 맡은 것”
국정원·일부 의원 형사고발 논의
“공공기록물 주장 어처구니 없어
대통령기록물 ‘관리’만 맡은 것”
국정원·일부 의원 형사고발 논의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대통령지정기록물 누설에 해당하므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기록학회·한국기록관리학회 등 기록관리 전문가 단체들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소속 공무원이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 ‘회의록’을 작성했어도 정보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행위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이므로 회의록은 명백히 대통령의 행위에 따른 대통령기록물이다. 이를 적법한 절차 없이 공개한 국정원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법 2조를 보면,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기록물’이면서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이나 자문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의 기관이 생산·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이다. 대통령기록물에 접근·열람한 이가 이를 누설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라는 국정원과 새누리당 등의 주장을 강력 비판했다. 한국기록학회 회장인 이승휘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속기록을 속기사가 작성했다고 해서 속기사 개인이나 소속 부서를 속기록 생산 기관으로 보지 않듯 국정원에서 기술적 지원차 회담을 녹취해 회의록을 작성했다면 회의록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업무상 활용을 위해 ‘(회의록을) 국정원에서 관리하라’고 했다 해도 국정원이 보유한 회의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사본을 접수해 관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를 일반기록물(공공기록물)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이 회의록 전체를 일반기록물로 재분류 공개해 기밀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남북 정상의 대화에는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말고도 외교, 국방, 통일 등 다양한 주제의 국가기밀이 포함돼 있는데 국가기밀이 낱낱이 일반에게 공개돼 국정 운영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짙어졌다”고 주장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국가기관의 비밀을 보호해야 할 국정원이 비밀기록물을 일반기록물로 재분류하자마자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누가 우리나라와 정상회담을 하려 들 것이며 누가 그 내용을 보호할 것이냐”고 우려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학자로서 정쟁의 한 축이 될 생각은 없지만 중요한 국가기록물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조만간 시민단체들과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국정원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을 고발하는 등 후속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국정원 파문’, 보수에게 국익은 없다 [한겨레캐스트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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