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지 순서 바뀌는 등
증인신문 과정 실수 연발
재판장도 “힘드시겠지만…”
증인신문 과정 실수 연발
재판장도 “힘드시겠지만…”
국가정보원 정치·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검사들은 윤석열 팀장(여주지청장)이 경질된 다음날 열린 재판에서 평소와 다르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8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신문 도중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읽다가 여러 차례 말이 꼬여 버벅댔다. 미완성된 질문지를 들고 읽다가 말이 막힌 것으로 보였다. 검찰이 가진 질문지와 재판부·변호인에 제출한 질문지의 순서가 달라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증인에게 질문 내용과 다른 내용의 진술조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 공판 도중 검찰 입장을 전달하거나 증인에게 몇가지 추가질문을 하던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은 이날 법정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윤 팀장 경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재판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검사들은 종종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장도 이번 사태를 의식한 듯 “검찰에서 힘드시겠지만 공판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들이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컴퓨터 분석 결과 보고서에 “혐의사실이 발견되지 못했다”는 내용을 쓰는 것에 반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나온 장아무개 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은 ‘혐의사실 관련 내용 발견하지 못함’이라는 문구 때문에 서명을 망설였다고 말했다. 장 분석관은 “경찰청에서는 디지털증거분석 보고서에 ‘혐의사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의뢰 요구사항’ 정도로 쓴다. ‘혐의사실’이란 문구에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청 분석관들은 서울청 쪽의 설득에 논의 끝에 서명했다.
장 분석관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분석 과정에서 다수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발견했고, 이 닉네임으로 박근혜 후보 지지 글을 쓴 사실을 발견했다.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에 ‘박근혜·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문구는 허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분석관들은 분석 초기 김씨의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자료들을 모두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한 분석 과정 녹화 영상에서 분석관들은 “우리는 팩트만 주면 저기(수사팀)서 하니까 우리가 판단하지 말자고, 내일 넘깁시다”라고 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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