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윤석열 팀장(가운데)이 6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브리핑룸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오른쪽)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수사팀장 축출 파문
선장도 잃고 항해사도 잃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실무책임자인 특별수사팀장이 수사에서 배제됐다. 총지휘자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강제퇴임(9월30일) 뒤 18일 만이다. 정권과 국정원 쪽에서 가장 불편할 만한 두 명의 검사가 잇달아 ‘거세’된 셈이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10월17일 오후 윤석열 팀장(여주지청장)에게 직무배제를 명령했다. 윤 팀장이 전날 오전 국정원 전 심리전단 직원들을 압수수색·체포하는 과정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윤 팀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트위터에 선거 개입 글을 올린 뒤 리트위트한 직원 4명의 압수수색·체포영장 집행을 전결로 처리했다. 보고는 영장 집행 뒤 이뤄졌다.
검찰은 “조 지검장이 당일 오후 6시10분 이후 수사에 일체 간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 팀장은 이튿날 오전 보고 및 결재 절차를 또다시 누락한 채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전날 체포한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해 원 전 원장의 책임하에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리트위트한 사실을 확인했다. 인터넷 게시글 작성과 댓글 달기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국정원의 선거법 위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수사팀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며 제시한 선거 개입성 트위터 글 게시 및 리트위트는 횟수는 5만5689차례다. 지난 6월 원 전 원장 기소 당시엔 트위터를 이용한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 팀장 보직 해임 과정에서 국정원은 직원 체포 전 기관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길태기 대검찰청 차장은 체포한 직원들의 석방을 지시했다. 국정원직원법 23조는 수사기관이 직원을 구속하려 할 때나 수사를 시작하고 마칠 때 국정원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길 차장은 채 전 총장이 혼외아들 논란으로 사의를 밝힌 뒤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그는 윤 팀장이 검찰청법(7조)과 국가공무원법(57조)을 위반했다며 진상조사도 지시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압박 속에서 수사를 이끌어온 책임자들이 결국 쫓겨나거나 배제됐다. ‘정권 걸림돌 찍어내기’ 의혹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검찰 내부에선 윤 팀장의 보고 누락을 상부에 대한 불신에서 찾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원 전 원장 기소 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반대해 수사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기관 통보 과정에서 국정원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해 상부 보고와 통보를 영장 집행 뒤로 미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향후 수사와 재판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이상해지는 검찰’의 징후는 채 전 총장 퇴임 직후부터 관찰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민주당이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고발한 사건을 검찰은 10월7일 각하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윤 팀장 배제를 두고 ‘노골적인 수사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집권세력과 국정원은 특별수사팀이 이미 기소한 범죄 혐의에 대한 선거법 위반죄 적용을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 책임자들이 잇달아 내몰리는 반대편에서 국정원은 무엇을 하고 있나. 국내 파트와 수사권을 존치·강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며 전 사회적 개혁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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