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트위터 비교해보니
‘댓글은 빙산의 일각’ 분석 사실로
미국에 서버 둬 추적 어려운데다
확산 빠르고 요원간 공동작업 쉬워
트위터로 노골적 정치 개입 정황
‘댓글은 빙산의 일각’ 분석 사실로
미국에 서버 둬 추적 어려운데다
확산 빠르고 요원간 공동작업 쉬워
트위터로 노골적 정치 개입 정황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원세훈(62) 전 국정원장 등의 공소장 범죄 혐의 사실에 추가한 국정원 옛 심리전단 직원들의 트위터 글 5만5689건은 기존 공소장에 담긴 인터넷 댓글·게시글과는 양과 질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선거·정치 개입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수사팀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보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직원 70여명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 수백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올린 특정 후보 지지·반대 글 73건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글이 게시된 시기는 지난해 9월19일~12월14일이다. 내용별로는 민주당(후보 포함) 반대 37건, 통합진보당(후보 포함) 반대 32건, 안철수 후보 반대 4건이었다. 검찰이 찾아낸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정치 관련 불법 게시글·댓글은 모두 1977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공소시효가 남은 지난해 대선 관련 글 73건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나머지는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만 적용했다.
인터넷 게시글·댓글이 73건인 이유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12월 경찰 수사 직전 조직적으로 삭제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여당과 보수언론은 “73건의 글만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선에 끼친 영향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이 찾아내 공소장에 추가한 트위터 글을 보면 이런 주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인터넷 게시글·댓글은 이번에 드러난 트위터 글의 수와 내용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선거·정치 개입 글이 트위터에 훨씬 많은 이유는 완벽한 삭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자기 글을 삭제한다 하더라도 제3자가 퍼나르기(리트위트)한 글은 없어지지 않는다. 트위터가 미국에 서버를 둔 탓에 추적이 어렵다고 보고 주요 ‘무대’로 활용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특히 트위터 글은 퍼나르기 기능으로 삽시간에 글을 확산시킬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트위터 글은 리트위트가 가능한데다 미국 서버 계정에서 사용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되면 파악이 어려워 국정원 직원이 대놓고 ‘작업’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트위터 원래 글이 삭제돼도 이미 퍼진 리트위트 글 전체를 삭제하기 어려워 검찰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의 내용도 트위터 글이 훨씬 노골적이어서 선거·정치 개입 소지가 크다. 인터넷 게시글·댓글 가운데 문재인·이정희 등 야당 후보 이름을 직접 거론한 건 불과 수십건에 불과하지만, 이번 트위터 글에서는 최소한 1만건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표현도 훨씬 노골적이다. “문재인은 남북연방제-적화통일(공산화)을 이루겠답니다” “안철수, 노무현을 잇는 적극적 반통일주의자” “빨갱이 괴수 충격! 노무현의 대화록 미국도 놀랐다” “문제인은 정말 대한민국의 문제人이다. 연방제 통일-적화통일을 이룬다며 나를 위협하는 종북이 대선후보로 나왔으니 나라와 국민이 걱정되어 두발뻗고 잘 수가 없다” 등 근거도 없이 야당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일방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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