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은폐 혐의
검찰 조사 때와 달리 진술
재판장 “말바꾼단 의심 이해”
검찰 조사 때와 달리 진술
재판장 “말바꾼단 의심 이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경찰관들이 대부분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와는 다른 증언을 하고 있어, 재판을 앞두고 서로 말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9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 임아무개 분석관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29)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범위에 대해 “관련 회의 전부터 (문재인·박근혜 후보 지지·비방 댓글이라는) 범위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에서 “분석팀장이 박근혜·문재인 지지·비방 글에 한정한다는 김하영씨의 임의제출동의서를 제시하며 증거분석도 이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분석관들은 법률지식에 약해 그 부분에 토를 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임 분석관은 “팀장한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서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임 분석관이 검찰 조사에서 “조사받은 뒤 진술 내용을 감찰팀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도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재판부가 “그럼 감찰팀에 검찰에서 허위진술했다고 보고했느냐”고 묻자 임 분석관은 “그렇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의 말 바꾸기가 계속되자 지난 11일 김아무개 디지털증거분석팀장의 증인신문 때는 검사가 “경찰들이 증언할 때 경찰 정보관들이 법정에서 방청한 뒤 내용을 보고한다. 그런 사실을 아느냐”고 묻기도 했다. 경찰 정보관들이 증언 내용을 파악한 뒤 다음 증언자에게 알려주는 게 아니냐는 취지였다. 또 검찰은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증인신문 때 “(증인들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고, 재판장도 “검찰이 속된 말로 ‘경찰이 똘똘 뭉쳐 말 바꾼다’는 의심을 하는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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