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전 서울청 계장 법정증언
“분석결과가 왜 빨리 안나오느냐
혹시 야당 눈치 봐 지연하는거냐”
50여차례 전화 문자 주고받아
“분석결과가 왜 빨리 안나오느냐
혹시 야당 눈치 봐 지연하는거냐”
50여차례 전화 문자 주고받아
경찰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인터넷 게시글·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 국정원 쪽이 서울지방경찰청 간부에게 전화를 해 증거분석 결과 발표를 독촉한 정황이 드러났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김병찬 전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이 국정원 직원 김하영(29)씨 사건 발생일인 지난해 12월11일부터 16일까지 국정원 연락관 안아무개씨와 50여차례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 전 계장은 안 연락관이 “분석 결과가 왜 빨리 안 나오느냐. 혹시 야당 눈치를 봐서 분석을 지연하거나 분석이 끝났는데도 안 된 것처럼 가장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도 김용판 전 청장에게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김 전 계장은 또 13일 김하영씨가 노트북컴퓨터 등을 임의제출하겠다는 뜻을 수사팀에 전달하기 전 안 연락관이 미리 전화를 걸어와 “(컴퓨터를 제출해도) 기밀 사항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장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김 전 계장은 김하영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14일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컴퓨터 분석이 안 끝난 상황에서 조사하는 건 관행상 맞지 않다”고 조사에 반대했는데, 권 과장이 “국정원에서 (조사 받으러) 나온다고 했다”고 하자 김 전 계장은 안 연락관에게 “분석도 안 끝났는데 왜 나온다고 했냐”고 묻기도 했다.
이처럼 수사 상황과 관련한 통화 및 문자메시지 교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 전 계장은 “안 연락관에게서 여러 차례 전화가 왔지만 거의 받지 않고 수신 거절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다른 전화로 연락이 와 통화를 몇번 했다. 하지만 결코 수사 상황을 알려준 적은 없다. 내 양심에 맞지 않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계장은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김용판)의 지시를 받고 국정원과 협의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저도 승진 후보자가 된 상태였고, 국정원한테 밉보이면 정보보고가 올라가 수사과장님과 부장님이 한방에 날아갈 수 있어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접촉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 전 계장은 이날 법정에서 “수사과장과 수사부장은 한 달 전 승진심사에서 누락됐었다. 다음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정원이 승진이 되게는 못하더라도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면 과장·부장이 또 누락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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