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호의 제19차 범국민촛불대회'. 2013.11.09/뉴스1
9일 289개 시민단체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 촉구 집회
“비가 와 사람들 적을까봐 광주서 1시간 반 걸려 왔다”
“비가 와 사람들 적을까봐 광주서 1시간 반 걸려 왔다”
가을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서울광장에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을 촉구하는 1만 촛불이 타올랐다. 시민들은 전날부터 22시간이나 이어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누리집 서버 압수수색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9일 저녁 7시께 서울광장에서는 참여연대 등 28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한 ‘국정원사건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국정원·국방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을 촉구하는 19차 범국민 촛불대회가 열렸다. 시민 1만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2000여명)이 참가해 광장을 빼곡 메웠다.
이날 집회에서는 지난 8일 있었던 검찰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누리집 서버 압수수색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발언에 나서 “검찰이 22시간 가까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국정원 선거 문제를 덮고 공무원노조 죽이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부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무원 노조를 없애고 공직사회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에 사과를 요구하고 김진태·김태흠 의원 등에 대해서는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검찰의 공무원노조 압수수색에 대해 비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데리고 나온 노아무개(38)씨는 “공무원 노조가 정권에 불편한 소리를 많이 하니까 압수수색으로 찍어내려는 것이 아니냐. 비가 와 사람들이 적을까 걱정 돼 1시간30분 가까이 걸려 경기도 광주에서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온 주부 이아무개(38)씨도 “공무원노조를 본보기로 다른 시민단체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해 힘을 못쓰게 하려는 것 같다. 정치에 관심 없었는데 국정원 사태를 보다가 이대로 있으면 안될 것 같아 집회에 나왔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해산청구에 관한 비난도 일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에서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우리 정부가 지금 하는 것처럼 위헌정당 해산청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일에서 1950년대 2건 있었는데, 그중 한 건은 나치 정권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8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일체에 대한 특검을 요구한 민주당도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민주당은 집회에 앞서 저녁 6시께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개혁과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제9차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는 결의대회에서 “국정원 무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열심히 수사한 죄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징계를 받았고 ‘야당 도와 줄 일 있느냐’고 말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정권에 순응하지 않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미 찍어냈다.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특검만이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참여연대는 이석태 공동대표·안진걸 협동사무처장 등 임원·회원·활동가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4시부터 중구 훈련원공원에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비판하고 특검을 촉구하는 ‘민주주의 되찾기’ 거리행진을 벌였다. 참여연대가 단독으로 거리 행진을 벌인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 단체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특별검사 임명으로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진상을 규명할 때까지, 불법행위자들이 처벌을 받을 때까지,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은폐한 이들이 물러날 때까지, 이 모든 일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진실과 정의의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5시께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가기관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김효진 서영지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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