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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권 위협’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사망 선고’

등록 2013-11-11 19:48수정 2013-11-12 15:42

이준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 전 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준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 전 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채동욱 ‘찍어내기’ 이어 윤석열 ‘중징계’…‘소신파’ 초토화
권력에 꼬리 내린 검찰만 남아…‘외압 의혹’ 조영곤은 사의
지난 2월 중순 채동욱(54) 당시 서울고검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검찰총장 후보자에 오른 뒤 이런 말을 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사건은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다. 앞으로 검찰로 넘어올 텐데, 어떻게 할지…. 국정원이 직접 나선 것이고, 검찰이 수사를 하다 보면 현 정권의 리지터머시(정통성)를 건드릴 수 있다. 그러면 정말 골치 아픈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저 동네(대검찰청)에 가기도 싫다.”

국정원 사건이 안고 있는 ‘폭발성’을 미리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4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임명 뒤 특수통인 윤석열(53) 여주지청장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에 임명하고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게 했다.

채 전 총장의 예감은 맞았다. 현 정권의 정통성을 건드리는 수사는 ‘불온’했다. 4월에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선 지 7개월 만에 수사팀은 물론 수사 지휘라인 대부분이 중도하차하거나 징계를 받았다. 첫 희생자는 채 전 총장 자신이었다. 총장 임명 6개월 만에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했다. 원세훈(62) 전 국정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눈 밖에 난 채 전 총장을 정권 차원에서 ‘찍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11일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특별수사팀 부팀장인 박형철(45)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이준호 감찰본부장은 “대검 감찰위원회에서 윤 지청장과 박 부장검사에 대해서는 (선거개입 트위터 글 작성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영장 청구, 공소장 변경 신청 과정에서의 지시 불이행 등 비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윤 지청장에게 정직, 박 부장검사에게 감봉의 징계를 청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다수 의견으로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트위터 글을 이용한 대선 개입 정황을 포착한 수사팀이 상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강제수사에 나선 책임을 물은 것이다.

강제수사를 하겠다는 수사팀을 막은 조영곤(55)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부당 지시 등 비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며 무혐의로 종결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은 이날 감찰 결과 발표 뒤 “후배 검사들이 징계 처분을 받는 상황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 없기에 이 사건 지휘와 조직 기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안고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국정원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옷을 벗었고, 일선에서 직접 의혹을 파헤쳤던 수사팀장과 부팀장은 징계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들 개인뿐만 아니라 검찰 조직 차원의 상처로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0여년차의 한 검사는 “결국 정권의 정통성을 건드렸다가 수사팀과 지휘라인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너무 큰 희생을 치렀다. 국정원 사건은 인사권을 쥐고 있는 권력의 힘이 어떤 건지를 보여준다. 몇년 뒤에 나한테 닥칠 일일 수 있다. 정말 착잡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지휘라인 중 사퇴와 징계의 후폭풍을 비켜간 이는 이진한(50) 서울중앙지검 2차장뿐이다. 이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다고 주장하며 특별수사팀과 충돌을 빚어왔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충견 검찰’, 정치중립이 무너졌다 [#192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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