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울림마당
최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접하면서 오버랩되는 사람이 있다. 조 퍼터노(1926~2012)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미식축구팀 감독이다.
그는 감독 생활 46년간 대학 미식축구 1부 리그 최다승인 409승을 올렸다. 선수들에게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졸업률을 높였고 기부도 많이 했다. 그는 존경과 사랑을 받았으며, 굵은 뿔테 안경에 바짓단을 접어 입은 노감독의 이미지는 대학 역사의 일부가 될 정도였다. 동상이 세워졌고 ‘조 퍼터노,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라는 강의도 개설됐다.
하지만 자신의 수석코치 제리 샌더스키가 10년 넘게 소년들을 성폭행했다는 추악한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학교 명예와 팀 명성에 금이 갈까 두려워 은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인생은 급반전됐다. 성폭행 사실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재발을 막지 않은 것이 실패한 인생으로 이끌었다.
84살 현역을 자랑하던 조 퍼터노는 해임됐고 이듬해 사망했다. 미국대학체육협회는 그의 최다승 기록을 무효 처리했고, 동상은 철거됐다. 펜실베이니아 주의원들은 그에 대한 ‘자유의 메달’ 추천을 철회했고, 모교인 브라운대도 각종 기록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다. 그는 “작은 일을 바르게 하라. 그러면 큰일은 저절로 잘 굴러갈 것”이라는 연설로 감동을 줬지만 자신은 연설 같은 삶을 살지 못했다.
조 퍼터노의 실패한 삶은 진실하고 책임 있는 삶만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가르침을 준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만일 자신이 조 퍼터노라고 한다면 수석코치의 잘못한 행위는 나와 무관하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고발자가 오히려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 상황을 고려하면, 수석코치의 잘못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임, 기록 무효, 동상 철거 등의 조처를 당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많은 국민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선 이후에는 불법 대선개입 사실을 은폐하고, 정부 역시 사실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은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사실상 무관하다고 하면서 국정원에 ‘셀프 개혁’을 주문하는 것을 접하며 책임정치가 실종됐음을 또다시 느꼈을 것이다. 또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와 원칙이 더욱 바닥을 향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사회에 폐를 끼치고 자신의 삶도 실패로 끝나게 된 조 퍼터노의 삶을 떠올리며 진실한 책임의 삶이 주는 소중함을 되새기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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