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조직 운영원리, 공안사건 판결문에서 파악” 이석기 제보자 공판 진술…주장 신빙성 ‘흔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른바 ‘아르오’(RO·혁명조직)의 ‘단선연계 복선포치’라는 지하혁명조직 운영원리는 국가정보원 제보자가 다른 공안사건 판결문 등에서 파악한 것이라고 진술해 제보자 주장의 신빙성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런 운영원리를 아르오의 지하당식 운영원리라고 발표한 바 있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이 의원 등 7명에 대한 8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국정원 내부 협력자 이아무개(46)씨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벌였다.

이씨는 ‘단선연계 복선포치라는 말을 언제 누구한테 들었나’라는 변호인단 질문에 “민혁당 사건 등 공안 관계 사건이 발표됐을 때 조직 운영원리가 이런 것이고 내가 속한 곳도 이렇게 운영되는 것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각종 공안사건 판결문에서도 그렇게 돼 있어서 알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중간 수사 발표에서 “조직원 간에 일대일의 종적 연계만 유지하는 ‘단선연계’에 반해 1개 지역과 부문에 단선연계 조직을 2개 이상 배치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도 조직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복선포치’가 아르오의 조직 운영원리”라고 밝혔다. 이씨가 국정원 조사 당시 “아르오는 한마디로 ‘단선연계 복선포치’ 방식으로 조직을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한다”고 진술한 것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을 보면, 이씨는 “5월12일 (서울 합정동) 모임은 이런 (비밀)운영원리를 벗어난 것으로,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진술했다.

변호인단과 이씨는 내란음모가 이뤄졌다는 ‘5월12일 모임’의 성격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으나, 아르오와 관련해 이씨는 상당 부분 “추정”이라고 대답했다.

아르오 명칭을 두고 변호인단이 “아르오에 처음 가입했을 때 도아무개씨로부터 ‘아마 들었다’고 했는데 아마를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씨는 “국정원에서 조직명이 저것(아르오)인가 해서 아마 아르오였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아르오 조직체계와 관련해 ‘국정원에서 3년 동안 조직 총책을 이아무개씨로 했다가 올해 8월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이 의원으로 조직 총책이 바뀐 데’ 대해, 이씨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추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아르오의 중앙위원회가 있다는 말을 증인이 직접 들어봤나”고 묻자, 이씨는 “누구한테 직접 들은 적은 없고 왕재산 사건은 ‘중앙위 없는 허술한 조직’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5월 모임이 내란을 음모했는지와 관련해 변호인단이 “7개 분반이 토론 뒤 발표하는 자리에서 반별로 합의하거나 이행을 결의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판 때마다 보수단체 회원들과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수원지법(법원장 김병운)은 불법 시위나, 시위 소음이 법 기준을 넘는 등 위법행위는 형사고발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수원/홍용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