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을 중재하기 위해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 ‘노-사-정’ 간담회에서 노조 전권을 위임받아 참석한 김재길 전국철도노조 정책실장이 최연혜 코레일 사장(앞줄 왼쪽),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뒤를 지나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평행선 달린 환노위 ‘노사정 중재’
노조쪽 수서KTX 면허중지 요구에
국토장관 “불법파업” 강조하며 일축
노조쪽 수서KTX 면허중지 요구에
국토장관 “불법파업” 강조하며 일축
“정부가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면허 발급 절차를 중단해야 파업을 끝낼 수 있다.”(김재길 전국철도노조 정책실장)
“(면허 발급 절차 중단은) 전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원칙의 문제다.”(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27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와 철도 노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철도파업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현격한 견해차만 드러낸 채 3시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국회 환노위의 중재로 마련된 이 자리엔 정부와 사쪽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노조 쪽에선 수배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을 대신해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과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했지만, 정부 쪽이 “타협 불가”라는 ‘원칙론’을 고수한 탓에 여야는 중재를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평행선을 달린 핵심 쟁점은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의 사업면허 발급 문제였다. 노조 쪽은 파업 철회의 전제조건으로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의 면허 발급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김재길 정책실장은 “정부가 면허 발급 절차를 잠정 중단한 뒤 6개월 정도 시간을 가지고 철도 발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 쪽은 이를 일축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철도노조 위원장이 기존 노조안 5개 중에서 4가지를 철회하고 수서발 케이티엑스 면허 발급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를 최종적으로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전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원칙의 문제다”라고 잘라 말했다. “수서발 케이티엑스 공사 완료까지 시간이 충분한데, 사회적 논의를 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면허 발급 잠정 보류는 불가능한가?”라는 한명숙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서 장관은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법인 등기가 나오면 즉시 면허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면허 발급을 중단하라고 입법부가 결의를 해도 무시할 건가”라고 따지자, “입법부가 결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건 정부의 재량 행위”라고 맞서기도 했다. 이에 심 의원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하면 안 된다. 대통령 심기만 헤아리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통해서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못 찾겠다”고 몰아붙였지만, 서 장관은 요지부동이었다. 서 장관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체회의 인사말에서부터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에 반대해 강행한 파업은 불법파업이므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혀, 중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신계륜 환노위원장이 “철도노조는 사용자 쪽과 정부를 비난하지 않았는데, 정부는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며 두 장관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노조 쪽은 “노조가 경쟁체제에 반대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적극 반박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비판했다. 김재길 정책실장은 “경쟁체제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토부가 추진하는 안의 경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훈 전 위원장은 “독일 철도청의 민영화는 독일연방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주식회사(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를 설립해 놓고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니까 해결이 안 된다”며 “우리가 경쟁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코레일이 코레일 자금으로 경쟁회사를 만들면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 6월에 철도노조가 수차례 공문을 보내 국토부 장관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한 차례도 만나주지 않았다”며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 설립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대화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
정부와 철도노조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전체회의를 정회한 뒤 여야 간사가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로 중재 노력을 한다는 선에서 이날 회의를 마무리했다. 신계륜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야 간사가 오늘 저녁, 내일까지 합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정부도 입장을 바꿔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 설립을 잠정 유보해 파국을 막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수헌 조혜정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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