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절차·필수인원 유지 불구
“교섭대상 아냐” 불법파업 규정
노조쪽 “대체 투입은 공사 결정…
정치적 고려 통한 무리한 기소”
법원, 코레일 116억 가압류 수용
“교섭대상 아냐” 불법파업 규정
노조쪽 “대체 투입은 공사 결정…
정치적 고려 통한 무리한 기소”
법원, 코레일 116억 가압류 수용
검찰이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며 김명환(48) 위원장 등 철도노조 간부 4명을 구속 기소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필수인원을 유지하며 파업을 벌였는데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쪽이 투입한 대체인력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까지 파업 탓으로 돌리는 등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김 위원장과 박태만(55) 수석부위원장, 최은철(40) 사무처장, 엄길용(47) 서울지방본부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지난해 12월9~31일 파업을 벌였다. 코레일은 파업이 시작된 9일 노조 간부 등 20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파업의 목적부터 문제 삼았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고속철도(KTX) 노선 운영권을 별도 법인에 부여하는 것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는데, 이는 노사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 방안은 코레일에 처분권이 없는 정부 정책으로, 이번 파업은 사용자가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한 불법파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종보 변호사는 “수서발 케이티엑스에 대해 코레일 이사회가 승인하는 등 코레일이 이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 권한이 있어 노사교섭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코레일의 대체인력 투입으로 일어난 사고도 파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번 파업에서 미숙련 대체인력 투입과 필수 근무자들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승객 사망 사고 등 총 2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사회에 혼란을 줬다”고 말했다. 코레일 쪽에서 산정한 447억여원의 피해액도 고스란히 기소 사유에 반영됐다. 검찰은 시멘트·석탄·철강 등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기획재정부 추산 1조원대에 이르는 간접피해가 났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철도노조는 필수유지 업무를 다 하면서 파업을 했는데도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미숙련 노동자 대체 투입은 코레일의 결정이다. 파업 기간 일어난 사고를 노조가 초래한 것으로 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철도노조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과 연대한 사실을 들어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노조 간부들은 사실과 다른 ‘민영화’ 프레임을 설정해 수천명의 노조원을 파업에 끌어들였다. 또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국론 분열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파업 뒤 철도 민영화에 대한 국민의 토론이 벌어진 것을 국론 분열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소를 법률적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고려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정호희 대변인은 “철도파업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행위였다.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된 것도 그런 점을 반영한다.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서부지법은 코레일이 지난달 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가압류 신청 금액은 모두 116억원으로, 이 금액이 본안소송에서도 인정된다면 노조를 상대로 한 사쪽의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사상 최다 액수다. 코레일은 파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며 노조를 상대로 16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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