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회장 일가 수사 어떻게 되나]
손배소 대비 국내외 은닉 재산 추적도
손배소 대비 국내외 은닉 재산 추적도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이 23일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주변을 압수수색한 것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면서 이미 예견된 조처였다. 관심은 검찰이 세월호 침몰사고와는 언뜻 직접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유 전 회장 일가 수사에 착수한 배경과 수사 방향이었는데, 이날 압수수색 대상과 규모가 공개되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불법 경영이 청해진해운의 부실 관리로 이어지면서 세월호 침몰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차려놓고 계열사간 편법 지원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돈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이 두 아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의 회사 경영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전방위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일단 횡령·배임·탈세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기업이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첫째 아들 대균(44)씨와 둘째 아들 혁기(42)씨가 각각 주식의 19.44%씩을 보유한 대주주다. 청해진해운은 조선업체인 천해지가 최대 주주이고, 천해지는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어 유씨 형제가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오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통해 국내·외 계열사 37곳을 지배하고 있으며 해운, 자동차부품 제조, 건강식품 판매, 부동산 개발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아이원아이홀딩스 계열사들이 적자운영에도 불구하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 정황을 포착하고 유 전 회장 일가가 불법적으로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 주변에 재산 관리를 도운 전문관리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인물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 유 전 회장은 겉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전문관리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인물을 확인하는대로 불러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증식 과정에 개입한 경위와 과정 등을 조사해, 유 전 회장의 관련성을 캐낼 방침이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유 전 회장 일가가 국내외에 숨겨둔 재산을 파악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크게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상 관리 문제점과 (은닉) 재산관리 내역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천/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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