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44)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된 13일 저녁 경기 안성시 금수원(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에 교인들이 모요 검찰을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성/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장남 체포작전 땐 9시간 뜸들여
뒤늦게 “밀항” 언급하며 지명수배
유 회장 등 가족들 연락두절
비판여론 업고 강제구인 나설듯
뒤늦게 “밀항” 언급하며 지명수배
유 회장 등 가족들 연락두절
비판여론 업고 강제구인 나설듯
* 유병언 : 청해진해운 실소유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이 유 전 회장과 첫째 아들 유대균(44)씨의 비협조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유 전 회장은 출석 요구에 ‘말’이 없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유대균씨는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아 겉으로는 검찰이 체면을 구긴 모양새다. 하지만 신경전이 계속되면 ‘법도 무시한다’는 비난 여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검찰로선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수사팀을 꾸린 뒤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대표 등 8명을 구속하며 순항해 왔다. 그런데 이번 수사의 ‘표적’인 유 전 회장 일가가 출석 요구를 ‘보이콧’하면서 마무리 단계에서 주춤하고 있다. 수사 초기 유 전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개인 돈을 내놓겠다”고 하는 등 백기 투항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외국에 있는 둘째 아들 유혁기(42)씨와 첫째 딸 유섬나(48)씨가 3차례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이상 기류가 흘렀고, 유 전 회장과 첫째 아들 유대균씨가 검찰과 연락을 끊으며 상황이 돌변했다.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초기 ‘제스처’를 쉽게 믿다가 허를 찔린 셈이다.
하지만 출석 종용 과정에서 검찰의 이례적 태도를 보면 유 전 회장 일가에 비난이 집중되도록 상황을 만들어 가는 듯한 대목들이 눈에 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의 반발로 유 전 회장의 출석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비판 여론을 높여 강제구인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14일 유대균씨가 배를 타고 도주할 가능성에 대비해 경기 평택과 인천 등 밀항 노선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유씨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전날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서울 염곡동의 유대균씨 집을 찾았다.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순진하게 자기 집에 머물 리 없는데도 대대적 체포작전을 벌였다. 예상대로 유대균씨는 없었고, ‘유대균=도주’ 상황은 언론에 생생하게 보도됐다. 긴급성을 요하는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검찰이 집 앞에서 9시간을 기다리다 진입한 것도 목적이 ‘체포’에만 있지 않은 정황으로 읽힌다.
검찰 관계자는 “잡범도 아니고 종교지도자의 아들이 도피했다. 비상식적 처신을 한다고 마구잡이로 대응할 수는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안상돈)는 구속된 세월호 승무원 15명 중 이준석(69) 선장, 박아무개(54) 기관장, 강아무개(42) 1등항해사, 김아무개(47) 2등항해사 등 4명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구조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살인미수 또는 유기치상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인천/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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