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엽 할머니.
위안부 고초 공점엽 할머니의 94번째 생신
공점엽 할머니가 14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집에서 아흔네번째 생일을 맞아 ‘공점엽 할머니와 함께하는 해남나비’(이하 해남나비) 회원들이 마련한 케이크를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공 할머니는 1935년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중국 해성(랴오닝성 하이청)으로 끌려가 상하이, 하얼빈 등지에서 고초를 겪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다. 지역 생협과 종교인, 시민들로 구성된 해남나비는 지난해부터 매주 공 할머니를 방문해 함께 나들이도 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처음부터 이 모임에 함께한 이명숙 한울남도아이쿱생협 이사는 “할머니의 상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역사의 아픔이라는 생각에 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워매 워매 아조 맛나네, 참말로 그 맛이네!”
촛불을 끈 뒤 저마다 마련해 온 음식들로 작은 잔치가 벌어진다. 할머니가 깡다리 조림을 한 젓갈 입에 넣으시고는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얼마 전부터 드시고 싶다던 그 음식이다. 사람들은 깡다리가 무어냐 물어물어 ‘황석어’를 일컫는 방언이라는 걸 알아냈지만, 아뿔싸 황석어 철이 아니다. 지혜를 모은 이들이 작은 조기를 깡다리 조림처럼 요리해 가져온 것. 이날 아흔네 해 동안 겹겹이 파인 주름 가득한 얼굴에 함박웃음이 넘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지난해 생사를 오갈 만큼 지병으로 큰 고생 하시다 이렇게 정정하게 생신상을 받으시니 참말로 기적 같다”며 가슴 뭉클해했다. 그리고 또렷한 할머니의 노래를 듣던 이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사랑하는 할머니, 내년에도 건강하게 생일상 받아주세요!”
해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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