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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모텔 급습은 어떻게…” 흥신소 직원을 만났다

등록 2015-03-13 20:33수정 2015-03-14 15:58

흥신소는 불법이지만 점차 정보 산업의 한 영역으로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흥신소 역사만 반세기가 넘고 전국적으로 1000여개에 이른다. 정부는 합법화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합법화가 되더라도 흥신소 업무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 옥수동 인근에서 한 흥신소 업체 직원이 자신의 차량에서 추적을 의뢰받은 이를 뒤쫓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흥신소는 불법이지만 점차 정보 산업의 한 영역으로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흥신소 역사만 반세기가 넘고 전국적으로 1000여개에 이른다. 정부는 합법화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합법화가 되더라도 흥신소 업무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 옥수동 인근에서 한 흥신소 업체 직원이 자신의 차량에서 추적을 의뢰받은 이를 뒤쫓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르포
흥신소의 현장
▶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지그시 눈을 감고 사건을 추리해 가던 탐정 셜록 홈스의 모습. 누구나 한번쯤 책과 영화를 통해 접해 보았을 겁니다. 셜록 홈스가 우리나라에서 활동한다면? 사설탐정이 불법인 우리나라에선 경찰에 체포될 수 있습니다. 국내 흥신소업자들은 사설탐정법 제정을 오랫동안 촉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합법화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간통죄 폐지로 흥신소에 대한 관심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음지에 숨어 있는 흥신소 업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는 고층빌딩이 끝없이 펼쳐진다. 출근길 넥타이 부대들의 분주한 발걸음은 테헤란로에 가지런히 늘어선 빌딩 속으로 뚜벅뚜벅 소리를 내다 사라져 간다. 10일 아침 역삼동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나타난 백발의 노인은 출근길 직장인의 무리에 끼어 18층 높이의 한 고층빌딩 속으로 몸을 옮겼다. 입을 꽉 다문 노인의 표정은 밝지 않다.

노인이 찾아간 곳은 18층 복도에 ‘효성기획’이라는 간판을 내건 조그만 사무실이다. 이곳은 흥신소다. 사람을 추적하는 일을 한다. 노인은 최근 사위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느꼈다. 딸의 앞날이 걱정됐다. 한시간 가까이 상담을 한 노인은 들어올 때처럼 역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 문밖으로 빠져나갔다.

김상호(58)씨는 이 흥신소의 대표다. 조금 전 찾아온 노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의뢰인과의 상담 내용은 절대 노코멘트입니다.” 업체를 찾는 이들의 의뢰 내용 가운데 70%가 불륜 감시라는 말만 했다.

살인 청부 의뢰가 들어오자 김 사장은…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241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뒤 흥신소가 주목받고 있다. 경찰은 더이상 개인 간의 잠자리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혼 과정의 남녀는 간통 사실을 입증하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그랬듯 흥신소로 향하는 이들의 발길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김 대표는 거의 유일하게 기자에게 호의적인 흥신소 업자였다. 그는 “정도를 지키며 영업하는 흥신소도 많은데 언론들이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도한다”며 취재에 응했다. 책상 너머 유리창 바깥으로 강남 일대가 시원스레 펼쳐지는 집무실에서 10일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에는 마산 사투리 억양이 새어나왔다.

“효성이라는 이름은 제 딸들의 이름을 이어붙여 지은 겁니다. 제 자식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명예롭지 않은 업무 의뢰는 맡지 않습니다. 다들 우리를 무슨 범죄집단인 것처럼 묘사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살인 청부 의뢰 전화가 온 적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전화가 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경고해요. 그런 의뢰를 흥신소들이 들어주어선 안 돼요. 어느 곳보다 직업윤리가 철저해야 합니다.”

직원 20여명을 두고 있다. 역삼동에서 2001년부터 운영해왔다. 업계에선 매출 규모 1, 2위를 다툰다고 그가 말했다. 단순 불륜 사건도 의뢰가 오지만 기업 고객의 의뢰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화제가 된 과거 기업비리 사건이 김 대표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몇 년 전 중요한 아이티(IT) 기술을 중국에 넘기려던 한 업체의 연구원을 추적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흥신소가 공권력이 닿지 못하는 감시의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상담전화가 걸려오면 그가 직접 받는다. “배우자께서 불륜관계가 의심된다고요? 불륜은 중독성이 강해요. 주기적으로 만날 거예요. 그렇다면 불륜 현장이 반드시 벌어집니다. 저희는 특수장비를 이용해 현장을 촬영하고 촬영에 성공하면 추적은 즉시 종료됩니다. 시간대별로 동영상 자료를 의뢰인께 제공하고요. 매일 보고서도 제출될 겁니다. 사건 성격에 따라 착수금은 500만~700만원, 성공 보수금은 추후 지급하시면 됩니다.”

5분여 통화한 뒤 김 대표가 전화를 끊었다. 그는 간통죄 폐지가 흥신소 업계의 매출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간통죄 형사처벌이 사라진 이상 민사소송이 더 중요해졌고,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 등 문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려는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흥신소는 현재 합법과 불법의 모호한 경계선에 놓여 있다.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거래 등과 관련된 일부 활동은 엄연한 불법이다. 정부는 지난해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해 민간 조사업체 합법화 검토를 시작했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 등도 관련 법안(경비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윤 의원 법안은 사생활 정보를 캐지 않는 선에서 민간업체의 정보활동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리 주무부처는 경찰이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에 출석해 “(어느 정부 부처가 흥신소 업계를 관리할 것인지) 논의를 곧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합법화를 적극 바란다.

“합법화되면 제가 경영이 더 잘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대형 로펌이나 정보력을 가진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 저 같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영세업자가 될 수 있어요. 타격을 입겠지요. 그래도 제가 합법화를 바라는 건 더이상 흥신소가 범죄의 온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양성화해서 국가가 관리를 해야 해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혼소송 증거수집 수요는 여전
경찰은 ‘잠자리’ 개입 안 하고
‘흥신소의 시대’가 온 것인가
“무작정 합법화 위험” 의견도

흥신소 직원들과 함께했다
사람 찾는 데 150만~200만원
배달부나 택배기사로 변장
나름의 직업 윤리로 무장
흥신소는 위태롭게 걷는다

심부름센터나 컨설팅업체로 등록

불법 소지가 많기에 흥신소는 그림자처럼 활동한다. 존재하되, 사라진다. 외부인이 살펴보려고 빛을 비추면 마치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증발한다.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는 업체들은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김 대표는 무척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포털사이트에 ‘흥신소’를 검색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광고글이 검색된다. 그중 상위에 노출되어 있는 ㅁ업체의 누리집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기자라고 밝히자 전화를 받은 남성은 “인터뷰 안 합니다”라고 냉정한 말투로 답했다. “간통죄가 폐지된 뒤 기자들이 너무 많이 전화해요. 포털사이트에서 업체 검색해서 전화하는 것일 텐데, 그거 클릭 한번 하실 때마다 저희가 포털업체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아세요?”

전화 인터뷰를 사양하니 직접 만나는 수밖에 없다. 2일 업체 누리집에 적혀 있는 주소로 무작정 찾아갔다. 서울 양재동의 한 고층빌딩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업체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경비실에 물어보니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체에 다시 전화를 걸자 한 남성이 “왜 사무실을 찾아오고 그러냐. 이상한 사람 같다”고 퉁명스럽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게 느끼는 건 내 쪽인데 되레 내가 이상한 취급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흥신소 업계를 이해한 뒤 찾을 수 있었다.

현행법상 심부름센터는 ‘기타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내고 운영이 가능하다. 대부분 흥신소는 심부름센터나 컨설팅업체로 사업자 등록을 한다. 국내에는 아직 민간조사업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40조는 법에서 지정하지 않는 정보업체가 타인의 사생활을 캐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흥신소 의뢰 사건의 대부분은 정보수집 업무이기 때문에 상당수 흥신소는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사무실의 실제 위치를 숨긴다.

또다른 흥신소인 ㄷ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기자 신분을 말하지 않고 상담을 해보았다. 전화를 받은 남성은 목소리에서 연륜이 묻어난다. 퇴직한 경찰 등이 고문 등으로 흥신소에서 일하기도 한다. “지인에게 1000만원을 꾸어주었는데 1년 넘게 전화를 받지 않고 피해요.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지인은 제게 이메일을 보내 돈을 갚겠다고 말은 하는데 매번 말뿐입니다. 이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남성은 친절하게 응답했다. “물론 찾을 수 있습니다. 찾으려는 분의 생년월일과 주민번호를 알고 있으면 150만원이고요. 이름과 나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200만원입니다.” 남성에게 “주민번호는 모르지만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을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그 아파트 주민명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정보를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경로는 알 수 없다. 다만 흥신소가 인터넷 등에서 유출돼 불법 유통되는 개인정보를 사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사나 쇼핑몰 업체가 보관하는 고객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빠져나가고 다시 이것이 흥신소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업자들을 검거했다는 경찰의 발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일부 흥신소들은 의뢰인의 ‘폭력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다가 경찰에 꼬리를 잡힌다. ㄷ업체에 사람을 때려줄 수도 있는지 넌지시 물었다. 남성은 거절했다. “폭력은 안 됩니다. 그냥 망신주기가 더 효과가 커요. 찾고자 하는 분이 어디서 근무하는지 금방 찾아줄 수 있으니 염려 마십시오.”

만나자고 하니 역시 사무실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대답이 들려온다. 지하철 교대역 인근 커피숍에서 그는 만나자고 했다.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흥신소는 1950년대 말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부터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켜왔다. 1967년 9~10월 <매일경제>가 게재한 ‘걸음마 타는 정보산업 흥신소’라는 제목의 특집 연재기사를 보면, 서울에서 한 무역회사 사장의 비리를 수사하던 어떤 검사가 1964년 흥신소 직원의 미행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흥신소 직원을 검거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무역회사 사장의 의뢰를 받고 검사의 사생활을 캐던 중이었다. 검사의 약점을 잡아 수사를 무마하려던 무역회사 사장의 잔꾀가 드러난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 박정희 정부는 대대적인 흥신소 단속에 나섰다. 흥신단속법이 제정되자 흥신소는 더욱 위축됐다. 1977년 흥신단속법은 폐지되지만 이후 신용조사업법 등으로 흥신소는 계속 규제됐다. 그러나 흥신소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와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지금도 정부기관을 상대로 입찰 로비를 벌이려는 기업들이 흥신소를 이용해 공무원의 뒤를 쫓기도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민간조사업법 제정으로 음지의 흥신소를 양성화하고 업무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이러한 일탈을 관리할 수 있다고 일부 업체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합법화 이후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민간기관이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해 악용할 가능성도 있고 심각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국회에 법안 제정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또 돈 있는 사람들만 흥신소를 이용해 정보력을 강화하고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민간조사업법 제정 이전에 치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현장 급습과 사진촬영은 의뢰인의 몫”

12일 오후 서울 옥수동에서 현장 채증 활동을 벌이던 효성기획 직원 ㄱ(35)씨를 만났다. 그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 누군가의 동태를 살펴보던 중 잠시 짬을 내 기자의 취재에 응했다. 그는 13년째 ‘민간 탐정’을 자처하며 일하는 베테랑이다. 승용차 트렁크에는 변장을 위한 도구인 음식배달통과 택배업체 조끼 여러 벌 등이 놓여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ㄱ씨에게 말했다.

“우리는 4인1조로 움직여요. 한명은 차량으로 추적하고 한명은 오토바이, 두명은 도보로 추적하죠. 네명의 조원 중 한명은 반드시 여자를 써요. 추적할 때 여자는 의심을 좀 피할 수 있거든요.”

곱슬머리의 ㄱ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기자에게 설명했다. 그는 위치추적기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위치추적기를 이용하면 쉽게 추적이 가능하지만 불법(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유에서다.

“저희가 무슨 깡패인가요?” 대화를 나누던 중 ㄱ씨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모텔 현장 급습은 어떻게 하는 건지” 묻자 ㄱ씨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런 건 하지 않아요. 저희는 추적을 부탁받은 사람이 어느 장소에 들어가는 것까지만 촬영합니다. 현장 급습과 사진 촬영은 의뢰인의 몫입니다. 흥신소 직원들이 모텔을 급습하면 당사자가 저희를 고소하지 않고 그냥 있겠어요?” 모든 흥신소 직원들이 ㄱ씨처럼 일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에게 왜 흥신소 일을 하는지 물었다.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은 정말 막다른 골목까지 온 사람들이에요. 경찰서나 법원 어디를 찾아가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저희를 찾지요. 검경에 고소해도 인력이 부족해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벼랑끝에 내몰린 누군가의 한을 풀어줄 때가 많아 직업에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아요.”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커피 한잔을 ㄱ씨가 주욱 들이켰다. “더 얘기해야 하나요? 지금 가봐야 하는데….” ㄱ씨는 30여분간 이야기하다 커피숍을 나갔다. ㄱ씨의 동료들은 모처에서 추적 대상자가 건물에서 나오기만을 계속 기다렸다. ㄱ씨는 그들과 교대해야 한다. 불륜은 앞으로도 인류 역사와 함께할지 모른다. 불륜이 사라지지 않는 한 흥신소 직원들의 일거리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ㄱ씨는 생각한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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