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보장, 연금을 연금답게 ③]
정치권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두고 정치적 공방을 이어가면서 국민의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여야 합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많은 연금 전문가와 복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모처럼 마련된 공적연금 강화 기회를 살리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뿐만 아니라 좀더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보완대책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연금 강화나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소득계층별 보험료율 차등화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방안은 현행 40%인 명목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리자는 내용이다. 2007년 제도 개편의 결과로 국민연금에 40년간 가입하면 월평균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는데, 점차 일자리에서 퇴출되는 시기가 빨라지고 비정규직마저 증가해 실제 40년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23%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높여 실질소득대체율을 30% 수준까지 맞춰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12일 “명목소득대체율을 50%까지는 끌어올려야 가입자의 평균 연금이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61만7000원 아래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대체율 일괄 인상만으론
노후 빈곤 막는데 한계 저소득층 기초연금 강화
계층간 보험료율 차등화 등
다각적·다층적 해법 모색해야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
기초연금 강화론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2014년 12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68.9%에 그친다. 열명 중 세명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체 가입자 2113만명 가운데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자 등 569만명을 빼면, 실제 가입률은 절반이 채 안 된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율도 함께 오르는 만큼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아예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실직자 등은 소득대체율 상향의 혜택을 얻지 못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 하위 70% 노인만 받도록 설계된 현행 기초연금 제도를 노인 100%가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연금액 인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반발이나 세대간 형평성 논란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쪽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도 “국민연금 가입자 중심으로 수급액을 높이는 데만 치중하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불평등은 아무도 대변해줄 수 없다”고 짚었다. 다만 기초연금액을 올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려면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기초연금 강화와 별도로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좀더 강화해 저소득층의 혜택을 늘리자는 목소리도 있다. 공무원연금 개편에서 많이 언급된 ‘하후상박’의 연금 지급 방식을 국민연금에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애초 국민연금은 같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저소득층이 더 많은 연금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연금개혁을 거치며 이런 소득 재분배 기능이 다소 후퇴했다. 이를 다시 저소득층에 좀더 유리하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계층별로 보험료율을 차등화하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지난 두 차례 연금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은 일괄 인하하고 보험료율은 일괄 인상했는데,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타격이 컸다. 현재 연금 수준이 너무 낮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더 받으려면 더 내라’는 식으로 보험료율을 똑같이 올리면 저소득층은 국민연금 이탈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저소득층한테 역진적인 방식이 되지 않도록 계층간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짚었다.
소득대체율 상향이나 기초연금 확대 및 인상, 소득 재분배 구조 강화 등은 각기 다른 접근법을 취하지만, 공적연금 강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한 가지 방법만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정과 국민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면서도 중산층의 적정한 노후 소득 보장과 저소득층의 최저 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노후 빈곤 막는데 한계 저소득층 기초연금 강화
계층간 보험료율 차등화 등
다각적·다층적 해법 모색해야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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