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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당신의 가슴에 시리고 푸른 것이 있습니다

등록 2015-09-25 20:23수정 2015-09-26 15:14

[토요판] 르포
탁기형 선임기자가 본 하늘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시나요. 이 기사를 읽기 위해 종이신문을 펼치셨나요. 아니면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셨나요. 평소엔 혹시 스마트폰 액정화면만 골똘히 쳐다보고 계시진 않나요? 잠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세요. 이왕이면 하늘을 보시면 어떨까요. 깊고 푸른 가을하늘이 당신의 눈을 기다립니다. 틈만 나면 카메라를 높이 들어 하늘을 촬영해온 탁기형 선임기자의 글과 사진을 보고 나면 하늘이 달리 보일지도 모르습니다.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있는 가을을 찬양하는 말은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천고마비’라는 말처럼,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네 가을은 유난히 하늘이 푸르고 높아 역사 이래 수많은 시인 묵객이 하늘에 대한 찬양의 글을 남겼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하늘을 보는 것일까요? 먹고살기 바쁘고 한눈팔면 언제 뒤처질지 모르는 광속의 시대에 한가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고 되물으면 딱히 답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늘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요? 태풍이 몰고 온 구름 가득한 하늘, 석양이 곱게 물든 붉은 하늘, 시리도록 파란 하늘, 푸른 배경에 구름이 이따금 난장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통념이겠죠.

하늘 쳐다본 적 있어요?

그런 하늘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하고 생각은 해보셨는지요. ‘그냥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 보이는 것이 하늘이야’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아마도 맞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가 ‘소우주’이니까요. 내가 있기에 만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테니, 내 마음대로 보는 것이 맞는 답일 수도 있습니다.

좀 난감하고 우스운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언제 왜 하늘을 보게 될까요? 삶에 지쳤을 때? 휴가를 갔을 때?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이도 저도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공원의 잔디밭에 벌렁 누웠을 때입니까? 의외로 사람들은 늘 하늘 아래 살면서 하늘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늘은 늘 우리 머리 위에 있다는 인식, 인간은 하늘 아래에서 산다는 선험적 인식에 의해 자주 본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이지요. 과연 스스로 마음을 먹고 하늘을 바라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도 거의 그런 적이 없을 것이란 답이 돌아올 겁니다.

사람은 옛날부터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현대로 오면서 오감을 차단하는 여러 가지 편의시설과 도구로 인해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잃어간 것입니다. 사람도 하늘도 자연의 일부인데 말입니다. 우리네 조상이 하늘을 보며 소원을 빌었고 하늘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터득해 농경문화를 일궈온 것은 오래전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하늘을 보며 꿈꾸었던 낭만의 시대를 어디에다 버린 것일까요? 이제라도 가끔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잃어버린 오감의 한 부분이라도 찾아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삶에 지쳐 오감을 잃어가는 모든 분들이 하늘을 보기 위한 장소를 찾지 않아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진을 통해 알려드리려 합니다.

하늘을 쳐다본 적이 언제인가
당신 위에서 항상 감싸던 것인데
언젠가 오감의 스위치 꺼지며
박제가 되어버린 푸른 것

붉은 노을의 변용을 관찰하고
바벨탑을 함께 안아보라
당신 깊은 곳 잠자던 하늘이
가슴을 시리게 깨우고 일어난다

단 하나, 처음이자 마지막

하루가 끝나는 시간 푸른 하늘에 구름이 깔리고 석양이 붉은빛을 토하면 반대편 하늘에선 붉은 노을에 물든 구름이 잔치를 벌입니다.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예전엔 서울 시내 웬만한 곳에선 다 보이던 남산의 풍경입니다. 지금이야 높은 건물들이 들어차서 보이지 않는 곳도 많아졌지만 멋진 노을을 만나게 되면 오랫동안 머릿속에 기억될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건물은 하늘을 보는 데 큰 장애물입니다. 그러니 그 장애물을 피해서 하늘은 본다는 것은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사진처럼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빌딩은 그야말로 바벨탑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듯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러니 그 건물을 치우지 않는 한 깔끔한 하늘을 본다는 것은 어렵겠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그 높은 빌딩을 자기가 보고 싶은 하늘에다 적절히 세워놓고 같이 즐기시면 오히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참 쉽죠?

노을을 바라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하늘에 구름이라도 깔려 있으면 언제 어떤 풍경이 여러분을 환상적인 세계로 이끌어줄지 모릅니다. 노을을 볼 때는 해가 완전히 떨어져서 어둠이 깔릴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 사진은 서울의 명산인 북한산을 해질녘에 동쪽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산과 어우러진 구름이 천변만화의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마음이 울적한 날에는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우울했던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먹구름이 가득한 날, 가끔 비까지 내려주면 그런 기분이 더해지겠죠? 하지만 그런 날에도 하늘은 멋진 풍경을 보여주곤 합니다.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물론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줍니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따라 때론 심술궂게 때론 무섭게 때론 환상적으로 변하는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는 날이기도 합니다. 혹시 모르니까 비를 피할 방법은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게 상책.

여러분이 의식하건 안 하건 하늘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강물 위에도 반사경에도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어느 곳에도. 문제는 하늘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기쁘다 했으니 이제라도 어디서든 하늘을 찾아보면서 기쁨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안 보면 손해고 모르면 내 마음속 깊이 잠자고 있는 오감을 일깨울 기회마저 없어진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가끔 한밤중이나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하릴없이 텔레비전을 켰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고 하늘을 보세요. 깊고 푸른 하늘이 여러분을 깊은 사색의 나라로 데려갈 것입니다.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모두 잠든 밤에 오롯이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것도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존재하는 금 중에서 제일 좋은 금이 ‘지금’이라고 합니다. 지금이 소중한 이유는 늘 지금이 현재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본다고 생각하고 사는 하늘의 모습이 내일에도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바라보는 하늘이 평생 단 한번 있는 지금의 하늘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우리들 마음의 고향인 하늘을 자주 보고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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