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린 서울 중구 명동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에서 이석태 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특조위 첫 청문회
“해경이 매뉴얼대로 했다고 하는데, 매뉴얼 내용을 제가 알 수 있나요? 침몰 상황이면 해경은 승선해서 구조할 의무가 (매뉴얼에) 있는지 없는지…. 그날은 한명도 배 위에 안 올라왔어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화물기사 최재영씨는 14일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울먹이면서 말했다. 사고로 화상을 입어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최씨는 “해경이 선미에 있었던 학생들을 충분히 구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며 “(현장에 도착한) 123정이 뱃머리 선원만 구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가슴 칠 일”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구조지시 못한 이유 묻자
해경 담당관 “보고서 작성 중요해서”
구조 실패한 123정장 “아쉽다” ‘증인’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은
고혈압 호소 1시간만에 빠져나가
격분한 생존자 자해 시도까지 세월호 특조위가 14일 서울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강당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청문회에 돌입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8개월, 특별법 제정 이후 특조위 구성과 예산 문제 등으로 1년여를 표류한 끝에, 겨우 뗀 첫발이었다. 진상규명을 간절히 바라는 유가족과 피해자, 취재진으로 가득 찬 이날 청문회장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하 당시 직책) 등 증인들의 잇단 ‘책임 회피’ 발언으로 분노와 탄식 소리만 가득했다. 급기야 한 생존 피해자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자해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특조위원들은 이날 참사 당시 해경 등이 세월호와 직접 교신 시도를 하지 않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123정이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이유, 직접 선내에 진입하지 않은 이유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해경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들에게 구조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투의 발언을 쏟아냈다. 유연식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이 “선장은 엘리트인데, 이렇게 무지한 사람일 줄 몰랐다”며 “사고가 나면 80%는 배에서 자위 조처를 하고, 나머지 20%는 구조기관에서 해야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도 “선장이 조기 퇴선명령을 했다면 (인명을) 더 많이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형곤 목포해양경찰서 상황담당관은 상황실에서 해경123정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상황 전파를 위한 보고서 작성이 중요해서 구체적인 지시를 못했다”고 말해 방청객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지역구조본부장이었던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사고 내용을 접수한 직후 상황실에 조처 내용을 지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퇴선 명령을 하지도 않고 선내 진입을 시도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경일 123정장은 이날 수의를 입은 채로 청문회장에 나와 책임을 추궁당하자 “당시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쉽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정장은 사고 다음날 “퇴선 방송을 했다”는 ‘거짓 기자회견’을 한 바 있는데, 그는 이날도 거짓 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또 123정 승조원이었던 박상욱 경장은 “배가 기우는 상황에서 선미에 있던 학생들에게 밑으로(배 밖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철이 없었는지 내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증인들의 면피성 발언이 이어지자, 참사 생존 피해자인 김동수씨가 “이래서는 안 된다”며 날카로운 물체로 자해를 시도해 가슴 부위에 상처를 입는 일도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관련 ‘의상자’로 지정된 김씨는 사고 트라우마를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는데, 이날 청문회 중간 즈음에 “이 거짓말쟁이들, 내가 너희들이랑 평생 같이 살아야 하겠냐”고 탄식을 쏟아내며 자해했다. 옆에 있던 김씨의 부인도 김씨의 행동 직후 쓰러져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다. 청문회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늘 나온 증인들은 다 참사의 책임을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게 돌리기 급급했고 뻔한 거짓말을 했다”며 “증인들이 위증을 하지 않았는지 특조위원들이 잘 살펴달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전체 특조위원 17명 가운데 ‘대통령 행적 조사’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혔던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 등 여당 추천 위원 5명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또 증인으로 출석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증인석에 앉은 뒤 1시간 만에 고혈압 증세를 호소하며 청문회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지난해 5월 고양버스터미널 화재로 남편이 화상을 입은 송은영씨가 직접 청문회장에 나와 한 말은 이날 유족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작은 상처가 있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데 본인들이 그런 상처를 갖게 된다면 그렇게 잊을 수 있는지, 지겹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해경 담당관 “보고서 작성 중요해서”
구조 실패한 123정장 “아쉽다” ‘증인’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은
고혈압 호소 1시간만에 빠져나가
격분한 생존자 자해 시도까지 세월호 특조위가 14일 서울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강당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청문회에 돌입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8개월, 특별법 제정 이후 특조위 구성과 예산 문제 등으로 1년여를 표류한 끝에, 겨우 뗀 첫발이었다. 진상규명을 간절히 바라는 유가족과 피해자, 취재진으로 가득 찬 이날 청문회장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하 당시 직책) 등 증인들의 잇단 ‘책임 회피’ 발언으로 분노와 탄식 소리만 가득했다. 급기야 한 생존 피해자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자해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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