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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어 배워서 남도 주고 팝송 노래도 멋지게 한 곡조

등록 2016-01-12 20:31수정 2016-04-07 09:14

1. 강명준 강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잉글리쉬클럽 회원들에게 ‘빈도부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1. 강명준 강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잉글리쉬클럽 회원들에게 ‘빈도부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3>서울노인복지센터 잉글리쉬클럽

“어케이저널리(occasionally)는 얼마나 빈번하다는 표현일까요? 프리퀀틀리(frequently)보다는 뜸하죠. 셀덤(seldom)보다는 더 자주 발생한다는 표현입니다. 이러한 빈도부사를 넣어서 문장을 만들어봅시다. 매일 밤 몇 시에 주무십니까? 일레븐? 어르신들 나이엔 그 시간은 너무 늦습니다. 좀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좋죠. 어르신들 아침마다 계란을 드시나요? 영어로 대답해봅시다.” 강사 강명준(77)씨가 부드러운 낯빛으로 회원들의 답을 기다린다.

중3에서 고1 정도의 난이도
미국에서 만든 영어원서로
카투사나 영어교사 출신 고수도

아침운동길에 만난 외국인
흔쾌히 원어민교사 자원봉사

일부는 갈고닦은 실력으로
외국어봉사회 활동하며
지하철역에서 외국인 길안내

정신력과 체력은 달리지만
손자·자식 대화에 끼이기 위해

1분 남짓이지만 마음 뿌듯

2. 영어와 일어를 구사하는 구영서씨가 11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안에서 인도네시아 관광객과 함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봉은사역 가는 길을 찾고 있다.
2. 영어와 일어를 구사하는 구영서씨가 11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안에서 인도네시아 관광객과 함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봉은사역 가는 길을 찾고 있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동아리실에서는 센터의 동아리 중 하나인 ‘잉글리쉬클럽’ 모임이 열린다. 11일 오전에도 70대에서 80대 후반에 이르는 회원 20여명이 모여서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었다.

회원들이 펼쳐놓은 교재는 ‘익스플로링 잉글리시 2’로 미국에서 만든 영어원서였다. 센터의 또다른 동아리인 ‘외국어봉사회’의 회장도 맡고 있는 강사 강씨는 “이 교재는 따진다면 중3에서 고1 정도의 난이도로, 미국의 언어학자가 만든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책이다. 문법도 들어 있지만 회화 중심이다. 경험이 많은 분들은 복습 수준에서 수업을 따라오고 주로 초보들을 위해 쉽게, 부담 없이 진행한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영어 원어민을 모셔 와서 수업을 한다. 아침운동 하다가 만난 외국인들이 내 이야길 듣고 흔쾌하게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안국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 조끼를 입은 외국어봉사회 회원들이 지하철 개찰구 바깥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커플 일행이 회원 구영서(85)씨의 영어 안내를 받으면서 지하철 노선도 앞에서 9호선 봉은사역으로 가는 길을 궁리하고 있었다. 일어도 구사하는 구씨는 막힘없는 영어 실력을 선보였다.

회원 중 한 명인 한중남(72)씨는 중국어 능통자다. 해방이 되던 해에 부모님을 따라 하얼빈으로 가서 살다 1989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씨는 “안국역에 우리 회원들이 배치되는 이유는 인사동과 북촌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 사용자보다 중국어 사용 외국인이 더 많아진 것 같다. 1분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길을 안내하고 나면 마음이 좋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는 관광객도 꽤 있다”며 밝게 웃었다.

중국어 독학하고 고전 공부도

잉글리쉬클럽의 회장 겸 서울노인복지센터 31개 동아리 대표의장을 맡고 있는 이문근(76)씨는 “잉글리쉬클럽은 2001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현재 회원은 27명인데 이 중에는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영어를 배운 분도 있고 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신 분도 있다.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니까. 영어를 배우는 이유? 나 자신도 그렇지만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여기서 영어를 배워서 어디 써먹을까 하는 것보다도 손자나 자식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정신력과 체력이 달리는 할아버지라도 한마디 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근 회장은 “내가 58학번 공대 출신 ‘공돌이’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대학을 거치면서 사회생활까지 쭉 영어를 공부했다. 건설업을 했는데 영어로 된 도면도 볼 수 있어야 했고…. ‘영어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2년 전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초는 복지센터의 문화교실에서 닦았고 나머지는 책과 테이프로 독학한다. 우리 세대야 한문을 배웠으니 중국어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한문 동아리에서 고전 공부도 한다. 공자, 맹자…”라고 덧붙였다.

잉글리쉬클럽에서 영어를 갈고닦은 회원들은 앞에서 소개한 외국어봉사회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또다른 동아리인 ‘팝송클럽’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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