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70여미터 광고탑 위 한뼘 농성장
‘차가운 도시’와 싸우는 비정규직
‘차가운 도시’와 싸우는 비정규직
겨울바람이 더욱 매서워진 지난 12일 저녁 서울시내 대형 호텔 객실에 불이 하나둘 들어오고, 남산 꼭대기 엔(N)서울타워에도 조명이 들어온다. 모두들 회사일을 마치고, 가족들이 반길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러나 같은 시각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 70여미터 하늘 위에는 이러한 평범한 일상을 내려놓고 도시의 차가움과 싸우는 이들이 있다.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조합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법원 판결대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220여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9월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468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소송 당사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밀린 월급을 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사쪽과 기아차 정규직 노조는 작년 5월 특별교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4864명 중 9.5%인 465명만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그다음달인 6월11일 광고탑에 오른 이유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하늘 위 공간은 두명이 나란히 앉아 식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좁다. 둘은 “서울 야경을 바라보며 번갈아가며 혼자 먹는 저녁밥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먹고 입고 자는 기본적인 것조차 어려운 생활을 참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여름에서 한겨울로 이어지는 고공농성에도 꿈쩍 않는 사쪽에 교섭 재개를 촉구하며, 양경수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과 조합원들은 12일부터 경기 화성공장 북문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다음달 5일에는 1심 판결에 불복한 사쪽이 낸 항고심 선고가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