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씨 페이스북
박민선씨, 아이들 기리는 ‘천사모형’ 만들어
1년4개월간 작업해 희생 학생들의 절반 이상 완성
“아이들을 마음 속에 새겨 품고 싶었다”
1년4개월간 작업해 희생 학생들의 절반 이상 완성
“아이들을 마음 속에 새겨 품고 싶었다”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꿈을 하나씩 인형으로 만들어 기억하려는 한 시민의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 사연은 대전 지역 작가협동조합인 ‘스토리밥’ 누리집(▶바로 가기)에 지난 16일 올라오면서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박민선(39)씨.
박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찾은 광화문 광장에서 사고 희생자인 김빛나라 학생의 어머니를 만났다. 박씨의 자녀들을 보며, 희생된 딸을 떠올리는 김양 어머니를 바라보며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양 이름을 새긴 천사 모양의 인형을 만들었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바로 가기)에 올렸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을 위한 인형도 만들어달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그렇게 박씨는 2014년 9월 세월호 아이들의 꿈 만들기를 시작했다.
1년 4개월 정도 인형을 제작하면서 어느새 희생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의 꿈이 인형으로 완성됐다. 박씨는 이름만 새기는 인형이 아니라, 아이 한 명 한 명을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박재동 화백의 그림과 함께 <한겨레>에 ‘잊지 않겠습니다’ 시리즈(▶바로 가기)로 연재된 학생들의 사연이 큰 도움이 됐다.
“신문에 실린 아이들 얼굴 그림과 사연을 읽고 그 아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 이 아이는 부모와 이런 추억이 있고 이런 걸 좋아했구나’ 하면서. 기사에 여행 갔던 이야기가 나오면 ‘가족과 어떤 시간을 보냈겠구나’ 내 나름대로 상상도 했지요. 참사 뒤 희생자들을 숫자 몇 번으로 매겨 알려지는 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별로 좋아하는 것도 꿈도 다 달랐을 텐데 숫자로 매겨져 기억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기사를 보면서 마음 속에 아이들을 그리고 새기며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마음에 품고 싶었어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씨가 한 말이다.
그는 바느질을 하면서 아이의 꿈을 가장 잘 표현할 방법에 골몰했다. 별명이 마이콜인 친구는 마이콜 모양으로 만들고, 약사가 꿈인 아이 인형엔 약국 표시를 넣었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아이들을, 그 꿈을 소중히 기억하고 싶었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박씨는 이렇게 만든 인형들을 아직 세월호 유족에게 전하진 못했다. “아직 직접 학생들 가족에게 전달하진 못했고, 기회가 됐을 때 유족 몇 분에게 보여주기만 했어요. 보면서 아이들 관련된 거니까 좋아하시더군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표현하고 싶었고, 아이들을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단 걸 알리고 싶어서 인형을 만들었어요. 말은 안 했지만 그런 마음이 서로 닿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혼자 생각이지만, 인형을 다 만들면 안산의 기억저장소나 그런 공간으로 보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아이들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박씨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이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하고 그 아이들에게도 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을 간직한 채 작은 행동이라도 해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엄마들이 벌이는 1인 시위나 서명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각자 작은 행동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안 되면 SNS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라도….”
한편 대전 지역 작가협동조합인 ‘스토리밥’은 2014년 7월부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매달 16일마다 기획 글을 올리고 있다. 이 기획은 2017년 4월까지 3년 동안 이어진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박민선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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