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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개돼지가 국가이익에 우선한다?

등록 2016-07-15 19:50수정 2016-07-16 15:41

[한겨레] 윤운식의 카메라 웁스구라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나 기획관의 앞줄에 앉은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나 기획관의 앞줄에 앉은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근 며칠 사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키워드는 ‘개돼지’였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운명의 단어‘사드’도 아니고, 국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도 아니며, 영남권을 분열의 나락으로 내밀었던 ‘신공항’도 아닌 ‘개돼지’라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술에 취한 공무원이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고 했다는데 과연 그게 최근의 모든 이슈를 싹 빨아들일 만한 일인가? 단순한 해프닝 아닌가? 이 현상이 어이없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평소 음모론을 굉장히 숭상(?)하던 내 지인은 작금의 현상을 “신공항과 사드로 잃은 민심을 만회하기 위해서, 또는 최소한 관심이라도 돌리기 위해서 덜떨어진 공무원을 희생양 삼아서 이 모든 난관을 돌파하려 했다”며 “처음엔 박유천 사건이나 김민희, 홍상수 건 등으로 여론을 돌려보려 했지만 약발이 받지 않았다”는 나름대로 치밀한(?) 논리마저 들고나왔다. 즉, 연예인의 스캔들로도 먹히지 않을 땐 공인(주로 공무원이나 성직자 등)이 국민 모두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그 어떤 한마디나 행동 등으로 공분을 자아내게 해서 관심을 돌린다는 것이 이 음모론의 골자다. 그런데 공무원을 이용한 이 방법의 맹점은 엄청난 폭발성이 있어 자칫 그 불길이 정권으로 번질 수도 있기에 자주 쓰진 않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방법을 ‘고육책’에 비유한다나? 매사에 팩트보단 음모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자의 말인지라 그다지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각종 댓글이나 패러디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요 며칠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것만은 분명하다. 결과가 실패인지 성공인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중들은 개돼지였다는 확신이 자꾸 생긴다. 얼마 전까지 대검 수사기획관을 하던 사람이 변호사로 업종을 바꾸자 순식간에 오피스텔이 수백 채 생겼다. 또 다른 검사는 상장되지도 않은 주식을 빌린 돈인지 처갓집 돈인지 정체불명의 돈으로 사들였다가(알고 보니 공짜였단다)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에게 세상은 얼마나 쉬운가? 다 본인들 잘나서 고시 패스하고 높은 사람 눈 밖에 나지 않게 견마지로를 다해 고위직까지 오르니, 권력에 돈까지 덤으로 따라다니는데 그들 눈에 무지렁이 99%의 인간들은 얼마나 한심하고 게으른 개돼지로 보였겠는가 말이다. 취중 진담(?)을 늘어놓은 잘난 교육공무원 나향욱도 젊어 고시 패스하고 승승장구했으니 자기만 못한 사람들은 모두 ‘개돼지’ 같았을 것이리라.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불려 나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모습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나 정책기획관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일그러진 표정으로 난감해한다. 그 뒤의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고개를 떨군 채 땀을 흘리고 있다. 축 처진 안경이 본인의 처지를 말해준다. 잘나가던 인생에 닥친 최대의 위기다. 이 양반은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사진이 통쾌해야 하는데 혀를 차게 만든다.

어이없다고 생각했던 ‘개돼지’ 발언을 곱씹을 때마다 가슴속에서 울컥한다. 교육이 소득과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발굴하여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장이어야 하는데, 다른 관료도 아니고 교육부 공무원이 그 높은 자리에서 이런 철학으로 정책을 펴왔다니 그동안 그 정책에 놀아난 학부모의 입장에서 울분이 터진다. 왜 ‘사드’도 ‘신공항’도 다 밀어내는지 알겠다. 나와 내 자식이 이 사회에서 개돼지 취급을 받으면서 맘껏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미사일 따위가 뭐가 두려우랴.

윤운식 사진에디터 yws@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1_기자 앞에서 본심 터놓는 1% 심리 집중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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