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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녹슨 배와 함께 희망도 올라왔다”

등록 2017-03-23 19:24수정 2017-03-23 22:38

이석태 전 세월호특조위 위원장
“오늘 올라온 건 붉게 녹슨 배만이 아닙니다.”

세월호 선체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이석태 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장이 입을 뗐다. 이 전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 그리고 특조위 내부 ‘엑스맨’(여당 추천 위원 및 파견 공무원)의 온갖 방해에 맞서 진상 조사 등의 활동을 벌이다 지난해 9월30일 강제해산 당한 특조위 1년9개월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미수습 실종자 가족들이 비로소 애도의 과정을 시작할 수 있고,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고,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구체적 대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눈앞의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침몰 당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온전하게 선체를 인양하는 게 첫 과제다. 무엇보다 미수습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다. 이 전 위원장은 “그것은 ‘사람’의 문제이기에 가장 중요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애도의 과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침몰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도 배의 상태가 보존돼야 한다. 그는 “과학의 힘을 믿어야 한다. 선체조사위원회가 능력과 윤리를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되면 과학적으로 원인을 찾아내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사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진상 규명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 전 위원장은 특조위 시절 선체 조사 계획을 세우는 데만도 꽤 긴 시간이 걸렸던 기억을 돌이켰다. 그는 오는 28일 선체조사위원회 위원이 선정되면 곧바로 준비단을 꾸릴 것을 주문했다. 준비단에는 공무원도 파견받아 선체조사특별법 시행령과 예산안 마련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미 사고 조사와 선체 조사 계획의 경험을 가진 특조위 조사관 출신들도 일부 참여하면 곧바로 조사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두르는 건 절대 금물이다. 미수습자와 희생자 유품, 사고 원인을 규명할 단서들이 배 안에 가득하다. 이 전 위원장은 “심지어 그 안에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핀셋으로 물건을 짚듯이 하나하나 치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데 드는 시간도 아껴서는 안 된다. 그는 “가족을 빨리 찾고 싶은 심정을 받아 안으면서 끝없이 대화하고 모든 정보를 완전히 공개해 그분들이 한치의 여한도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새 정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사 기간이 ‘기본 6개월+4개월 연장’으로 한정돼 있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조사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며 “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나면 2기 특조위를 구성해 활동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진상 조사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이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비슷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그때라야 비로소 세월호 참사 전체에 대한 보고서를 써서 우리 사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강제 해산 직전 ‘활동 백서’ 대신 ‘중간점검 보고서’를 펴냈다.)

“이 모든 것이 완수돼서 개인이 당한 불행이 개인적인 불행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보듬고 해결해준다는 것을 경험하면 우리 사회는 신뢰도 회복되고 크게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될 겁니다. 박근혜 정권이 그렇지 못했기에 유가족들에 대한 일베의 펨훼도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 전 위원장은 “선체가 올라오니 세월호 기사에 붙던 악성 댓글도 사라지고 있더라”며 “녹슨 배가 올라오면서 희망도 함께 올라온 셈”이라고 말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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