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반잠수선이 세월호를 선적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돼 미역 양식을 주생업으로 하는 동거차도 주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때 겪은 기름 유출 피해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기름띠가 미역 양식장을 덮쳐오자 주민들은 격앙됐다. 동거차도 주민 56가구 100여명은 미역 양식업을 하거나 양식업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24일 오전 동거차도 주민들은 인양 현장에서 1㎞ 정도 떨어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앞바다 미역 양식장에 검은 기름띠가 둥둥 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지금은 지난해 10월 종자를 심은 미역의 수확기다. 수확은 6월말까지 계속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날 낮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에 소속된 업체 오션씨엔아이 대표 윤종문씨가 동거차도 마을회관을 찾았다. 그는 “동·서거차도 주민들에게 깊은 심려와 우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방제대책에 대해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동원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조속한 대책을 해양수산부에 보고했다. 상하이샐비지 본사에 새벽에 연락해 보험사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오후 3시에 해수부 관계자가 동거차도로 와서 주민들께 자세히 설명드리고 대책을 말씀드린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넘어도 해수부 관계자는 동거차도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오후 4시로 방문을 미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수부가 일방적으로 방문 시간을 연기하자 화가 나 있던 주민 10여명은 어선 5척에 나눠 타고 “시위를 하겠다”며 세월호 인양 현장으로 출항하기도 했다. 바다 위에서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지기 전에 시위를 거세게 해야 한다’, ‘해수부 관계자들이 온다고 하니 일단 얘기를 들어보자’ 등으로 생각이 엇갈린 이들은 1시간여 만에 일단 동거차도로 돌아왔다. 그러나 결국 이날 저녁 해수부 관계자들은 오지 않은 채 낮에 왔던 윤종문 대표와 상하이샐비지의 현장 경리담당 책임자 등만 왔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죄송하다. 현장의 분주한 상황 때문에 업무에 혼선이 있었다. 25일 인양 작업이 한숨 돌리게 되면 26일 동거차도를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거차도에서 미역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유성(48)씨는 “3년 전 기름 유출로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어제 새벽 2시까지 인양 작업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봤다. 세월호 인양에 대한 관심보다 기름이 유출될까 하는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한 기름 피해로 정부로부터 보상금 9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지만 인건비를 줘야 하고, 빚내기도 힘든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2014년 기름 피해를 입었던 조광원(64)씨는 “기름띠 떠 있는 미역 양식장을 보니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고 말했다. 조씨는 “그때 피해 이후 지난 2년 동안 미역 생산량이 65%나 줄었다. 그러다 올해 좀 회복되어가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 막막하다”고 말했다.
차정록(48)씨 등 동거차도 주민 6명은 2014년 기름 피해와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정부 보상금이 수백만~200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씨는 “미역 수확철을 맞아 미역 말리는 기계와 수확용 배에 쓸 기름을 다 사놨고, 계약을 맺은 인건비도 지불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보상에서 제외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임옥순(54) 동거차도 이장은 “이번에도 2014년처럼 정부가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그때는 너무나 안타까운 참사 앞에서 ‘우리가 건강하니까 또 벌면 되지’ 하면서 넘어간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 또 이렇게 기름 피해를 보니 너무 애가 타서 밥숟가락을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 이장은 “정부와 상하이샐비지 쪽에서 책임지고 제대로 된 보상을 약속하지 않으면 정부가 동거차도 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거차도/김규남 기자, 진도/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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