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대(왼쪽에서 두번째)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장이 25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의 마을회관을 방문해 이동진 진도군수(맨 왼쪽) 등 주민들과 만나 기름피해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규남 기자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3년 전 세월호 참사때와 마찬가지로 미역 양식장 피해를 입은 동거차도 주민들과 만나 보상 문제를 논의했다.
25일 오전 11시45분께 해양수산부 조성대 양식산업과장과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 소속 업체 오션씨엔아이의 윤종문 대표, 상하이샐비지 현장 경리담당 책임자 미스터 패트릭 등 3명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 들어와 마을회관에서 주민 20여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이동진 진도군수도 참석했다.
주민들은 “3년 전에는 피해액의 20%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그때와 같이 터무니없는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조성대 과장은 “어민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저희 해수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 과장은 이어 “해수부는 인양 과정에서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상하이샐비지가 책임지는 것으로 상하이샐비지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상하이샐비지도 이에 대비해 영국 보험사와 1억불 규모의 보험이 체결돼 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자료 없이 피해를 인정받는 건 어려움이 있다. 주민들은 전년도 판매량 등 입증받을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우려를 표하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입장을 대표해 이동진 진도군수는 “지금은 해수부에서 주민들을 만나 최선을 다해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해도 이후에 보험회사, 손해사정인 등 실무자들이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어촌 마을에 갖춰져 있지 않은 매출자료,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요구하면 또 3년 전처럼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민들이 다시금 슬픔을 겪게 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군수는 “동거차도 주민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를 위해 누구보다 먼저 어선을 타고 사고 현장으로 나가 구조작업을 펼쳤던 사람들”이라며 “이번에는 이 지역 피해주민들에게 자료 제출 등의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줘야한다”고 밝혔다. 이 군수는 “주민들이 3년 전 기름 피해 사고 이후 지난 2년 동안 흉작이었다가 올해 다시 작황이 좋다고 한다. 생산량을 주민들이 제시하는 선으로 맞추고 가격은 시장에서 입증 가능하니 그런 방식으로 보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동거차도 기름유출 피해 때 유류피해 대책위원장 맡았던 조광원(64)씨는 “당시에도 과장님처럼 말씀했다. ‘보상 받으려면 3년 계산서를 내놔라, 금융거래 내역서를 제출해라’ 등의 요구를 했다. 누가 이런 사고가 발생할 줄 알고 3년 전 계산서를 모아두겠나. 현금 주고 물건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디서 금융거래 내역서, 영수증 등을 다 갖춰 제출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피해상황에 대한 신속한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순배 조도면 이장협의회장은 “시간이 없다. 이대로 오래두면 미역들이 다 탈락돼 없어져버린다. 바로 현장에 가서 피해 상황을 조사하지 않으면 피해 현장이 다 사라져버린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 소속 업체 오션씨엔아이의 윤종문 대표는 “영국 보험사가 지정한 부산의 손해사정인이 26일이나 27일 현장에 와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현재 미역양식장의 수확물량 전체를 구매해달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한 주민은 “이 어촌에서는 증빙자료 제출하기 어려우니 현물로 하자”며 “양식장의 미역을 다 수확할테니 그 전부를 구매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달라”는 의견을 말했다.
동거차도에서는 전체 주민 56가구 100여명이 미역 양식업을 하거나 양식업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거차도/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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