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기억하려고 가족 함께 팽목항으로…“미안하고 미안하다”

등록 2017-03-26 16:45수정 2017-03-27 01:15

‘다시, 잊지 않겠습니다’ 팽목항·광화문 세월호 추모 열기
주말 팽목항 5000여명 찾아…“너무 늦게 와서 죄송”
광화문 촛불집회엔 10만 시민, 세월호 알리는 앱도 만들어
세월호 인양이 시작된 뒤 첫 일요일인 26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 많은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세월호 인양이 시작된 뒤 첫 일요일인 26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 많은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분향소 앞에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주말에만 하루 500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팽목항 일대에 붙어있는 빛바랜 미수습자 9명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누군가 미수습자를 위로하려고 붙인 ‘따뜻한 밥 함께 나누고 싶다’라는 펼침막 앞에서는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다시,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주말 팽목항과 광화문으로 이어졌다. 마음과 시간을 내어 걸음 한 이들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25일 두 자녀, 부인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오명진(55)씨는 “가족 휴가를 추진하다가 팽목항에 가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의경인 아들도 ‘진도 꼭 한번 가고 싶었다’고 맞장구쳤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미안하기만 하다”며 “미수습자 가족분들에게 용서해달라고 이야기도 못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일차적으로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아야 하고, 책임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가 바다에 있으면 엄마가 엄청 속상하겠지? 돌아와야겠지?” 6살 딸과 진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말하던 정연미(42)씨도 “‘어른들 잘못으로 배가 바다에 빠졌는데 구해주지 못해 잘못 없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죽었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천국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자’고 아이에게 이야기했다”며 “국민이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 더 빨리 인양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안하다. 두 눈 부릅뜨고 숨기는 게 있는지 없는지 살펴봐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든다”고 말했다. 팽목항 분향소 앞에 놓인 노트 4권에도 ‘미안하고 미안해’, ‘너무 늦게와 죄송하다’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26일 한국에스엔에스연합회는 “희생자들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다”며 1004인분의 짜장면을 무료로 제공했다. 경기도의 버들이품바공연단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차 5000여명분을 나눠줬다.

25일 광화문광장에선 ‘촛불은 멈추지 않는다’는 이름으로 10만명이 모인 가운데 2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 김건우군의 아버지 김광배씨는 무대에 올라 “올라오는 세월호를 보면서 참사가 나고 꼭 한 달 만에 살기 위해, 탈출하기 위해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러진 채 발견된 아들에게 느꼈던 미안함이 떠올랐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한 달이었는데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런 시간을 3년 동안 견뎠다”며 “우리 엄마아빠들은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희생된 304명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은 시민들이 분향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진도/고한솔 기자
지난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은 시민들이 분향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진도/고한솔 기자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이어가려고 했다. 윤혜진(47)씨는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이 담긴 펼침막을 내걸고 세월호 천막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시민들과 함께 만든 애플리케이션 ‘세월호뉴스온’을 다른 촛불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세월호와 관련된 뉴스를 꾸준히 소개하고 정리해 전달하는 앱이다. 윤씨는 “잊힐까봐 우리라도 계속해서 세월호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만들었다”며 “3년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며칠 만에 인양될 수 있었다니 황망한 마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김은경(32)씨는 광장 한쪽에서 버려진 종이 손팻말을 눈(目) 모양으로 시민들과 함께 접었다. 양 끝을 움직이면 눈이 열렸다 닫히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이 손팻말 안에 자신이 지켜보고 싶은 것을 적는데 많은 분이 ‘세월호 진상’을 적었다. 계속 지켜봐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수지 방준호, 진도/고한솔 안관옥 기자 suj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1.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속보]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2.

[속보]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속보]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3.

[속보]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4.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공룡 물총 강도에 “계몽강도” “2분짜리 강도가 어디 있나” 5.

공룡 물총 강도에 “계몽강도” “2분짜리 강도가 어디 있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