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수 갑판 6.1m, 7.1m 갈라져
지난해 6월 선수들기 중 발생한 선체 훼손
떨어져 나간 램프에 승용차·굴착기 위험천만하게 매달려
정부, 컨테이너가 램프 막고 있다?
유실방지망 없는 창문도 눈에 띄어
선체 바닥 방향타 오른쪽으로 5~10도 꺾여
세월호가 26일 오후 반잠수선식 선박에 선적되어 있다. 세월호는 해수 배출과 잔존유 제거, 고박작업 등을 마친 뒤 목포 신항을 향해 ‘마지막 항해’에 나선다. 진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가 1075일 만에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전혀 볼 수 없었던 세월호의 왼쪽 모습도 일부 공개됐다. 26일 오전 11시20분, 전남 진도군 쉬미항을 출발한 전남도 어업지도선 ‘전남201호’에서 파란 선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져 있는 세월호다. 파란 바닥에 흰색과 검은색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3년이란 시간을 실감케 했다. 소조기가 지나 중조기에 접어들었지만 바다는 잠잠했다.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반잠수선 위로 옮겨진 세월호 선체. 좌현 선수 부분이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바닥 부분이 가로로 길게 긁혀 있다. 진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왼쪽 선수(뱃머리) 갑판에 두 개의 금이 길게 나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지난해 6월 세월호 선수 들기 과정에서 철 와이어가 선체를 파고들어 갑판부 두 군데에 길이 6.1m, 7.1m 길이로 손상이 생긴 것이다. 리프팅빔(받침대)을 끼워 넣는 과정에서 강한 너울(파고 2m)이 일면서 상하진동으로 하중이 대폭 증가하면서 와이어가 선체를 마치 톱처럼 파고들었다. 바닥 한가운데에도 검게 긁힌 흔적이 있었다. 어업지도선 선원들은 “오래 바닷속에 잠겨 있어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인양 작업 도중 긁힌 자국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갑판 곳곳에서는 녹이 슨 붉은 얼룩이 보였다. 갑판 왼쪽은 침몰할 때 충격 탓인지 객실 방향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승객이 바다에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한 흰색 철제 울타리도 부서져 있었다.
선미 램프가 잘려나간 자리에 굴착기와 승용차가 쏟아질 듯 매달려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선미 왼쪽 부분도 처참했다. 램프가 없어 승용차 1대와 소형 굴착기 1대가 위험천만하게 매달려 있었다. 램프는 자동차·화물 등이 드나드는 통로에 달린 출입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인양 이틀째 되던 날 뒤늦게 램프가 열린 것을 발견하고, 잠수사들을 긴급 투입해 부랴부랴 절단했다. 램프는 가로 7.9m, 세로 11m의 크기로, 언제부터 열려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해서 유해와 유품 등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컨테이너가 램프 입구를 막아서 유실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램프 모습을 실제로 보니, 컨테이너는 없고 차와 굴착기가 끼어 있는 모습이다. 이미 많은 화물이 빠져나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해수부는 미수습자들은 화물칸이 아니라 객실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사망자들의 유품 등은 유실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창문이 많이 있는 세월호 선체 옆면은 볼 수 없었다. 다만 갑판 조타실 등 창문에 유실방지망이 설치된 게 보였다. 대부분의 창문에 유실방지망이 있었지만, 설치가 안 됐는지 설치 뒤 떨어졌는지 유실방지망이 없는 창문도 있었다.
왼편으로 드러누운 세월호 선미의 방향키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 연합뉴스
선체 바닥에는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5~10도 꺾인 모습도 발견됐다. 배의 방향타가 이런 상태면 배는 5~10도 우회전한다. 검찰은 사고 당시 조타수가 실수로 조타기를 35도 대각도 조타를 하는 바람에 세월호가 급격하게 우회전을 하게 됐고, 이로 인해 복원성이 좋지 않았던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침몰했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사고 당시 방향타가 현재 모습이었다면 배가 방향타 때문에 급격히 회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5~10도 우현인 상태로 올라왔다면, (사고 당시) 그 타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향타는 기어에 의해서 돌아간다. (기어가) 상하지 않았다면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며 “대각도 조타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발견된 모습만으로 당시 상황을 짐작하는 건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양원 목포해양대 교수는 “경우의 수가 많다”며 “방향타를 조정하는 유압장치가 3년 동안 물속에서 기름이 새는 등의 고장으로 방향타를 (사고 당시 모습 그대로) 잡지 못하고 놓아버렸을 수 있다. 해저면과 부딪혀서 돌아갔을 수도 있다. 사고 당시 오른쪽으로 30도를 돌렸더라도 기울면 겁이 나니까 다시 5도나 7도로 돌려놨을 수도 있다.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제공
현재 세월호는 물 빼기와 기름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변을 둘러싼 방제선들은 흘러나온 기름을 분산시켜 자연 증발시키려고 바닷물을 위로 세차게 뿜어댔다. 일단 눈으로는 선체에서 해수가 흘러나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변 바다에서는 검은 기름띠가 일부 눈에 띄었다. 어업지도선 선원들은 “기름이 쫙 깔렸다”고 말했다.
진도 공동취재단, 김소연 박수지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