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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양 기쁘지만”…기름띠에 속타는 동거차도

등록 2017-03-27 19:39수정 2017-03-27 20:28

“꼭 미역(수확)할 때 되면 이렇게 기름 피해가 나서 못살게 굴고 어째야쓰까이. 우리는 그것(미역양식업)만 믿고 사는디. 그래도 세월호 인양 작업은 잘 돼서 미수습자들은 언능 가족들 찾아가야제.”

한 동거차도 어민이 27일 답답한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는 3년 전 세월호 참사 때에 이어 이번 세월호 인양 때 또 기름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 그는 세월호 인양이 신속하고 온전하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인양 과정에서의 기름 유출 피해로 인해 부글부글 타들어가는 마음도 어쩔 수 없다.

‘기름 유출 피해 보상은 상하이샐비지 몫’이라는 게 해양수산부의 입장이다.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 간 계약이 그렇다. 계약에 따라 상하이샐비지는 기름 유출에 대비해 1억달러짜리 보험에 가입했다. 우려대로 지난 24일 검은 기름띠가 미역 양식장을 덮쳤다. 상하이샐비지와 계약대로 영국 보험사는 손해사정인 송아무개씨를 동거차도에 보냈다. 송씨가 어민들의 피해를 조사하면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다.

그러나 3년 전에도 정부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 절차를 밟았다. 어민들은 “피해액의 20% 정도”밖에 보상을 받지 못했던 3년 전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어민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보상을 두번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보험사의 보상금 산정기준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3년 전 기름 유출 피해로 지난 2년 동안 미역 생산량은 평년의 35%정도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또다시 기름유출 피해를 입게 됐다. 보험회사가 평년보다 턱없이 낮았던 지난 2년간 평균생산량을 기준으로 삼을까 어민들은 걱정한다.

지난 25일 어민들과 진도군수는 해수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3년 전과 마찬가지로 피해상황을 입증할 매출자료나 영수증 등을 요구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대신, 어민들이 제시하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선보상 해줄 것을 요구했다. 어민들은 “미역 팔아 밥먹고, 전기요금 내며 살아왔는데 기름 피해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아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보험회사의 보상 절차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기름은 미역을 ‘지금’ 망치고 있다.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당장 손에 쥐는 돈은 없는 셈이다. 어민들이 버티기엔 가혹하다.

동거차도 어민들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발벗고 구조작업에 나섰던 사람들이다.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던 한 어민은 침몰 이후인 4월30일 희생자 문지성양의 시신을 발견한 인연으로 동거차도의 세월호 인양 가족 감시단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베이스캠프’ 격으로 공유해 숙식도 제공하고 있다.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만 쳐다보고 있다. 이동진 진도군수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상 규모가 수백억, 수천억 규모도 아니고 수십억 규모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조처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거차도 어민 56가구 100여명은 미역 양식이 주 생계수단이다.

동거차도/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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