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을 상정한 ‘가정’이 ‘현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유해발굴 전문가들은 바닷 속에서 3년을 견딘 미수습자가 온전한 형태가 아닌 작은 뼈 단위로 발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다. 세월호 가족들과 전문가들이 “미수습자 유실 방지”에 목소리를 높여 온 이유다.
28일 미수습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6개가 세월호가 얹힌 반잠수식 선박 갑판에서 발견되면서 유실방지를 막기 위한 조심스러운 수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선주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해발굴 작업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 과거 바닷 속에서 유해를 발굴한 사례들을 볼 때, 3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관절들이 모두 풀어져있어 뼈가 각각 떨어져있거나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의 경우 발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신원확인’인 만큼, 뼈가 더이상 흩어지거나 뒤섞이지 않도록 모든 발굴 과정이 훈련된 전문가에 의해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닷 속에 있었던 만큼 뻘이 시신을 덮어줘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물을 뿌려 선체를 정리하거나 함부로 선체를 뒤흔드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옷가지 등 유류품 안에 유해가 담겨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유류품 역시 함부로 다룰 수 없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유해발굴을 맡았던 노용석 부경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보존’은 유해발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땅 속과 달라 여러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세월호라면 선체 자체가 보존해야 할 현장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디엔에이를 채취하는 과정 역시 조심스럽다. 여러 사람이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 유해의 디엔에이가 오염될 우려가 있다. 박 교수는 “세월호의 경우 신원확인에 대한 부분이 매우 예민한 문제다. 만일 흩어져버린 모든 뼈들을 수습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어느 정도 확인까지를 수습완료로 볼 것이냐를 미수습자 가족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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