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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야당 승리하면 국정원 없어진다” 원세훈 녹취록 결정타였다

등록 2017-08-30 20:57수정 2017-08-31 09:30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국정원TF의 추가 증거
원 전 원장 ‘부서장회의 녹취록’
“특정 후보지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국정원 전체 선거활동 지시”

트위터 글 증거 인정
정치개입 29만건·선거개입 11만건
“박 후보 지지·문 후보 비방 대부분”
1심과 달리 ‘당연한 선거운동’ 판단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가 30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대선 개입’ 여부와 관련해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2년 대선 후보들의 출마선언 뒤 국정원 직원들이 쓴 인터넷 글이 일관되게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은 반대했다고 봤다. 원 전 원장이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등 전 부서장 회의에서 선거 관련 발언을 반복한 것도 대선 개입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 일관된 박근혜 지지, 문재인 비방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조작이 정치개입일 뿐 아니라 대선개입이라고 인정된 이유는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이 올린 글의 내용이 명백하고 일관되기 때문이다. 먼저 재판부는 2009년 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진행된 국정원 사이버팀의 활동 범위를 ‘오늘의 유머’ 게시글 찬반 클릭 1214건,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2124건, 트위터 글 29만5636건 등 총 29만8974건으로 봤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국정원의 여론조작 활동의 범위를 크게 늘린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425지논·시큐리티 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으로 볼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을 1심(175개)보다 많은 391개까지 인정하면서 사이버팀의 활동 범위가 줄어들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직접 지지·반대하는 취지가 명백하면 국정원법이 금지하는 정치관여에 해당한다”며, 전체 29만8974건 중 29만2153건(98%)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새누리당을 지지·옹호하면서 야당,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반대하는 글이라고 판단했다.

2009년 2월부터 계속된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조작은 대선 선거운동이 사실상 시작된 2012년 6~9월 각 정당 후보들의 출마선언일 뒤에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1심은 “계속적·반복적으로 해오던 동일한 업무가 선거 시기가 되었다고 당연히 선거운동 행위가 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2심처럼 “그 내용이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것이라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글은 박근혜 후보를 노골적으로 옹호·지지하거나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반대 비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각 정당 후보들의 출마선언 뒤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들이 쓴 트위터 등 인터넷 글 17만5926건 중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글 10만7609건(61%)이 선거운동으로 인정됐다.

■ 검찰 추가 증거도 유죄 근거로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국정원 쪽에서 뒤늦게 검찰에 제출한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 완성본과 추가 문서 등도 유죄 판단 근거로 활용됐다. 재판부는 “원 전 국정원장이 특정 선거와 특정한 후보자 지지를 명시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전 부서장 회의에서 수차례 선거 관련 발언을 하면서 심지어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할 것을 국정원 전체에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매달 국정원 1~3차장, 기획조정실장, 본부 실·국장 간부와 전국 지부장이 참석하는 ‘전 부서장 회의’를 열었는데,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은 수사와 재판 당시 주요 내용을 가린 채 녹취록을 제출한 바 있다. 삭제된 부분은 국정원 적폐청산 티에프(TF)가 출범한 뒤인 지난 7월에야 법원에 제출됐다.

검찰이 같은 시기 추가로 제출한 문건도 제 역할을 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재보선 여당 패배 요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내용이, ‘에스엔에스(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여권이 야당·좌파에 압도적으로 점령당한 에스엔에스 주도권을 장악해 민심 왜곡을 차단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며 “국정원은 평소 각종 선거에서 여당 승리 목표로 활동했고, 18대 대선 활동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고 짚었다.

■ 2심보다 더 높아진 형량 무죄를 주장하며 반성하지 않은 원 전 원장의 태도는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지시한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조작이 “정당한 북한 대응 활동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 지지·반대”라고 못 박으며 “헌법과 법령의 위반 정도가 매우 중하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반성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며 검찰이 구형한 징역 4년을 그대로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 2심이 2015년 2월 선고한 징역 3년보다 1년이 많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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