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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왜 원자력발전소를 핵발전소라고 하나요?

등록 2017-09-12 10:26수정 2017-09-12 11:05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핵발전소 - 이것이 궁금하다

원자가 아닌 핵 분열로 에너지 발생
과거 구조 모를 때 ‘원자력’ 사용
지금은 핵에너지가 정확한 표현

미국·중국선 핵발전소라 불러
한국·일본에서만 원자력 붙여
핵폭탄도 같은 원리 핵에너지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블로그 (http://blog.khnp.co.kr)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블로그 (http://blog.khnp.co.kr)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발전소 건설 중단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쟁이 뜨겁습니다. 쟁점은 건설 중단 찬반에 그치지 않고 발전소 건설의 타당성 문제에서부터 핵발전(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요금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합니다. 건설적인 토론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니다. <한겨레>는 몇 차례에 걸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및 핵발전소와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얼마 전 핵발전 업계에 종사한다는 한 독자에게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한겨레>는 왜 ‘원자력발전소’를 ’핵발전소’라고 쓰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독자는 “대한민국 법에 엄연히 원자력발전소라는 공식용어가 있는데 핵발전소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떤 표현이 정확할까요?

핵발전을 규정하는 한국의 법령을 들여다봤습니다. 독자의 주장대로 원자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의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력’을 “원자핵에서 방출되는 모든 종류의 에너지”라고 설명하며, 에너지 생산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토륨 등의 물질은 “핵원료물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원자력이 맞는지, 핵에너지가 맞는지 여전히 헷갈립니다.

정답은 중학교 교과서에 있었습니다. 중2 <과학> ‘물질의 구성’ 단원에서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를 ‘원자’(atom)라고 부르고,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nucleus)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이 쪼개지는 현상, 곧 핵분열이 일어나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원자’ 그 자체가 아니라 ‘핵’이 에너지를 내는 것이죠. 핵분열 원리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원자력’ ‘원자에너지’(atom energy)가 아니라 ‘핵에너지’(nuclear energy)로, 핵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장을 ‘핵발전소’(nuclear plants)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원자력안전법 영문 이름은 ‘Nuclear Safety Act’으로 해 놓았습니다.

‘원자력발전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60년 전인 1957년 이름이 붙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웃나라 중국도 핵발전소를 ‘핵전창’(核電廠) 또는 ‘핵전참’(核電斬)이라고 부릅니다.

핵발전소를 99기나 보유한 미국은 어떤 용어를 쓸까요? 미국의 상업용 핵발전 규제 기관인 핵규제위원회(U.S.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나 핵에너지사무소(the Dept. of Energy’s Office of Nuclear Energy), 관련 법령인 핵규제법(Nuclear Regulatory Legislation)에서도 모두 핵(nuclear)이라는 말을 씁니다. 원자력(atomic power)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도 핵에너지(nuclear energy), 핵 안전 규제(nucelar safety rules)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전기 생산 원료인 핵물질(nuclear materials)의 핵과 대량 살상 무기인 핵폭탄(nuclear bomb)의 핵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과거에 사람들이 원자와 핵의 구조를 잘 모를 때 에너지가 원자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원자력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하지만 원자가 에너지를 내는 게 아니라 핵이 분열할 때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에 더이상 원자력발전이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핵에너지라고 쓰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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