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핵발전소 - 이것이 궁금하다③
2013년 4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젱킨즈빌의 서머 2·3호기 공사 현장.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발전소 건설 중단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쟁이 뜨겁습니다. 쟁점은 건설 중단 찬반에 그치지 않고 발전소 건설의 타당성 문제에서부터 핵발전(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요금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합니다. 건설적인 토론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니다. <한겨레>는 몇 차례에 걸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및 핵발전소와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하지만 스위스·오스트리아·대만도 탈핵중
한국 핵발전소 포기 선언땐 7번째 국가
미국선 경제성 이유로 가동중단 속출
프랑스도 핵발전 비중 50%로 낮춰
IAEA 핵발전 전망, 3년새 21% 축소 또 있습니다. 수력 발전이 전체 발전 비중의 60%에 이르는 오스트리아도 탈핵 추진 국가죠. ‘비핵화 중립국’을 선언한 오스트리아는 1972년 완공을 눈앞에 둔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의 폐쇄를 국민투표를 거쳐 6년 만에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벨기에는 2003년 ‘점진적 탈원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신규 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고 상업운전을 한 지 40년이 지난 발전소를 폐쇄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벨기에의 탈핵은 2025년에 완료됩니다. 아시아에선 대만이 대표적이죠. 대만 차이잉원 정부는 탈핵을 공약으로 내세워 지난해 5월 출범했습니다. 대만 의회는 지난 1월 탈핵을 담은 ‘개정 전기사업법’을 통과시켰고요. 탈핵에 따른 발전량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 비중을 현재 4%에서 2025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폭염으로 전력 공급 사태를 겪었고 지난 8월 화력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났지만, 차이잉원 총통의 ‘단계적 핵발전소 폐기’ 정책은 계속 추진 중입니다. 여기까지 여섯 나라. 한국이 만약 이 대열에 들어선다면 전 세계에서 핵발전소 포기 선언을 하는 7번째 국가가 됩니다. 해외 사례가 너무 적은데, 섣부른 결정 아니냐고요? 그러나 전 세계에서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나라는 30개국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올해 낸 자료를 보면 30개 나라에서 447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15개 나라에서 60개 발전소가 건설 중입니다. 30개국 중 6개국이 탈핵을 추진 중이라면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닙니다. 게다가 ‘탈핵’은 최근 들어서는 시장의 ‘경제성’ 계산의 결과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탈핵을 결정하고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수지가 맞지 않아 핵발전소가 차츰 밀려나는 분위기죠. 세계 1위 핵발전소 가동 국가인 미국에선 가스 가격이 저렴해지며 최고의 발전원이 됐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2016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핵발전소 발전량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짓고 있던 핵발전소 브이시(VC) 서머가 지난달 공사 중단된 것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 발전소는 2024년까지 51억 달러를 투입해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계산에 따르면 비용은 114억 달러로 치솟고 완공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보여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미국에서 핵발전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 엑셀론(Exelon)의 사장 존 로우는 “절대 원전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중앙정부 지원과 보조금이 없으면 경제적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세계 2위 핵발전소 대국이죠. 현재 58기의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니콜라 윌로 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25년까지 핵발전소 17기를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에선 핵발전소 발전 비중을 75%에서 2025년 50%로 축소한다는 ‘에너지 전환법’이 의회를 통과하기도 했죠. 탈핵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계획이지만, 국가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핵발전소 사업을 사실상 단계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읽히긴 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프랑스의 핵발전소 사업을 선도한 기업 아레바(AREVA)는 부채 증가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세계 핵발전소 산업이 내림세인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최근 낸 ‘2017년 원자력의 국제적 지위와 전망’ 보고서를 보면 국제원자력기구는 2030년 세계 핵발전소 설비용량이 2016년(392GW)에 견줘 42% 늘어난 554GW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가 2014년 내놓은 전망치(2030년 699GW)에서 한참 줄어든 수치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전망치를 낮게 잡은 배경으로 “일부 국가에서의 핵발전소 조기 퇴역과 핵발전소의 경쟁력 약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몇 국가의 핵발전 정책 변화가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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