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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원전 짓든 멈추든 우리 미래인데, 왜 10대 의견 묻지 않나요?”

등록 2017-09-21 10:28수정 2017-09-21 11:18

[미래세대가 펼치는 ‘신고리’ 공론화] ①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정부 시민참여단 대상서 제외돼
한겨레, 찬·반·유보 학생 7명 뽑아
핵발전 의견 등 ‘공론조사’ 진행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청소년은 들어 있지 않으나 곧 이 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의 의견도 중요하다. 10대 시민참여단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핵발전소 운영 중단 문제를 바라보는 각자의 의견을 색도화지에 적어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청소년은 들어 있지 않으나 곧 이 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의 의견도 중요하다. 10대 시민참여단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핵발전소 운영 중단 문제를 바라보는 각자의 의견을 색도화지에 적어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앞으로 살날이 더 많은 10대를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금호고 1학년 안다빈) “10대가 어리고 미숙하다는 건 선입견이에요.”(잠실고 2학년 이재환)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10대만 빠져 있어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시민대표참여단’은 19살 이상 성인으로만 구성됐다. 수십년 동안 가동될 핵발전소(원전)의 운명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결정하는데, 시민의 범주에 10대가 빠져 있다. <한겨레>는 기성세대보다 핵발전소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장기적으로 더 많이 받을 ‘미래세대’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운영하는 방식을 참조해 10대로만 구성된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을 꾸렸다. 이들에게 신고리 5·6호기와 핵발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미래세대가 참여한 공론화는 두번에 걸쳐 공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날에는 ‘1차 설문조사→오리엔테이션→준비 토론’을 진행하고, 두번째 모임에서 ‘전문가 강연 및 1차 질의응답→종합 토론→2차 질의응답→2차 설문조사 및 의견 발표’를 실시했다. 미래세대 공론화를 통해 단순한 입장 확인이 아니라, 참여자가 해당 이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난 뒤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고자 했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 미래세대 시민참여단 어떻게 구성했나

<한겨레>는 미래세대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해 1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토론수업이나 토론동아리 등의 활성화돼 있는 서울 시내 고등학교(금호·미양·성남·영등포·잠실고)를 추천받았다. 6∼8일 이들 5개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 58명에게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뒤 <한겨레>가 진행하는 숙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힌 이들 가운데 7명을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으로 선정했다.

설문에 응한 이들 가운데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2명), 재개(2명)해야 한다고 밝힌 학생 4명과 향후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며 유보 의견을 낸 학생 3명 등 모두 7명(남 3, 여 4)을 뽑았다. 설문 참여자의 답변 결과가 10대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중단·재개 쪽 비율을 같게 했다. 조사 결과가 10대 전체를 대표할 만큼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미래세대가 신고리 5·6호기와 핵발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편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 “신고리 5·6호기 중단해야” 55% vs “원전 이용 찬성” 55%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체로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원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69%(40명)가 매우 잘 알거나 또는 대체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31%(18명)는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해서는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53%(31명)가 ‘건설 중단’ 의견을, 14%(8명)가 ‘계속 건설’ 입장을 보였다. 향후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28%·16명)거나 모르겠다(5%·3명)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건설 중단을 택한 학생들은 “한국은 좁은 영토에 비해 많은 원전을 가지고 있어 자칫 큰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원전을 더 짓기보다는 현재 운행 중인 원전을 중심으로 발전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개해야 한다는 학생들은 “전력부족으로 인한 블랙아웃은 막아야 한다” “원자력을 대체할 경제적인 에너지가 아직 없다” 등의 견해를 내세웠다.

반면 전기를 얻기 위해 핵발전소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32명)이 반대(14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태도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 공론조사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공론조사는 1988년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안한 여론수렴 방법이다. 모든 국민을 대표할 수 있게 표본추출한 소수의 시민들이 자료집과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논의 주제를 학습하고 토론 등 숙고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의견을 낸다. 시민들이 숙의 과정을 거치기 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1차 의견조사를 하고 숙의를 거친 뒤 2차 조사를 해, 이들의 의견이 숙의 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는 것이 핵심이다.

■ “신고리 운명, 10대도 할말 있어요”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이 처음으로 모였다. 이날 열린 오리엔테이션 및 준비토론에서 미래세대는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궁금한 점을 비롯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를 중단한 사실, 전기 생산을 위해 핵발전소(원전)를 이용하는 문제, 정부 정책을 공론화로 결정하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차 준비토론에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토론교육 전문기관인 리얼디베이트 양현모 대표가 조정자(모더레이터)를 맡았다.

① 신고리 5·6호기, 이것이 궁금하다!

정연 핵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해.

수열 신고리 5·6호기의 효율성과 능력, 그리고 완공됐을 때 사람을 얼마나 채용할 건지 알고 싶어.

혜림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궁금해. 신고리 5·6호기가 얼마나 안전한지, 또는 얼마나 위험한지도.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로는 뭐가 있을까?

재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하고 탈원전으로 간다면 원전에 드는 예산을 친환경에너지 개발 비용으로 돌린다는 기사를 읽었어. 난 원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가능한지 궁금해. 몰려 있어서 위험한 거라고 하잖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왜 이전 정부는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늘리려고 했을까?

수열 전력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닐까?

재환 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걸 보면 25년쯤 뒤에 전력 수요량이 감소해서 탈원전이 가능하다던데.

다빈 난 사람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자고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건설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면 사용한 연료봉을 식히는 중간저장수조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찾아봐야겠어.

② 전기 생산에 핵발전소 이용, 너희들 생각은 어때?

혜림 한국처럼 땅이 좁은 곳에서 효율적이지.

수열 현실적인 방법이야. 대체에너지도 부족하잖아.

정연 발전 단가가 저렴하고 생산량이 많다는 장점도 있어.

재환 효율성이 좋다고 하는데,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하거나 수명이 다 된 뒤 해체비용까지 고려하면 그다지 경제적이지 않은 거 같아. 사양산업이기도 해.

윤정 단점도 커. 한번 터지면 한반도 전체가 위험해져. 일본 원전도 내진설계가 잘 돼 있었지만 사고가 났잖아. 원전에 투자할 비용을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쓰면 좋지 않을까?

다빈 어느 정도 필요한 전력 생산수단인 건 사실이야. 아직 원전을 대체해서 전기를 이만큼 많이 만들어 낼 전력 공급원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잖아.

동연 한국에는 (원전이) 모두 24기가 있는데,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원전을 운영한다고 해. 덕분에 편하게 전기를 쓰지만 선진국보다 전기를 더 많이 소비하고 있어. 필요한 만큼만 절제하면서 운영하면 좋겠어.

정연 탈원전 하더라도 이미 지어놓은 원전으로 생활하면서 전기를 최대한 절약하고 그사이에 대체에너지를 확실히 개발하면서 원전만큼 경제력을 높일 수 있게 기술을 개발하는 건 어떨까.

③ 신고리 5·6호기, 중단? 재개?

수열 계속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전력 소모가 많은 때를 대비해서 말이야.

다빈 원전에서는 고준위핵폐기물이 나오는데 방사능이 10만년 정도 유지된대. 그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이나 기술을 계속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내가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봤는데, 2018∼2019년에 임시 저장수조가 포화상태가 된대.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을 계속 만들어내는 게 맞을까? 부담이 우리에게 돌아올 거야.

동연 완공하면 8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데….

정연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에 결정하는 게 어떨까. 원전은 장점도, 단점도 있잖아.

혜림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짓는 게 좋다고 생각해.

윤정 이미 탈핵 선언한 나라들이 친환경에너지를 개발해서 대체하고 있는 걸 보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정연 완전히 대체에너지로 전환한 나라는 극소수인 거 같아.

재환 독일은 탈원전 선언 뒤에 석탄, 화석으로 발전하는 비중이 늘었고 시민이 부담할 전기요금도 늘었대.

다빈 ‘탈원전’이라는 말이 나온 게 대통령 공약 때문인데, 이걸 공약으로만 볼지 우리나라의 장기 과제로 볼지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거 같아. 5년 만에 탈원전은 불가능하잖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한다고 해서 모든 원전을 멈추고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아니고, 바로 엄청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거야.

④ 건설 중단 여부, 공론화 거쳐 시민이 결정해도 될까?

다빈 찬성! 원전을 더 짓든 탈핵으로 가든, 모든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 해. 전기요금이나 방사능 유출 위험성도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잖아. 정치인이나 전문가만의 문제가 아니야. 다만 공론화 기간이 짧은 것 같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해야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야. 공론화위가 배경지식과 찬반양론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근거를 충분히 줘야 해.

혜림 맞아.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문제일 수도 있잖아.

다빈 공론화를 1년 정도 하면 좋겠어.

정연 탈원전한다고 했다가 다른 생각을 가진 대통령이 등장하면 다시 원전을 건설할 수도 있어. 국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그에 따라 진행하는 게 맞아. 공론화하고 나서 국민투표를 하면 어떨까?

재환 정부가 공론화 과정을 3개월로 정한 건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야. 지금까지 공사에 들어간 비용만 1조원이 넘어. 1년 동안 건설이 중단돼 있으면 추가적인 경제 손실이 상당할 거 같아. 4∼5개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다빈 성급한 결정 때문에 나중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 해결비용까지 생각하면 비슷할 거 같기도 해.

동연 공론화 취지가 좋은데, 원전 인근 지역 주민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해.

재환 원전 관계자도 공론화위원회에 참석하도록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다빈 그런데 원전 관계자 같은 전문가는 일자리나 이해관계 때문에 무조건 탈핵에 반대하지 않을까?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랑 정보의 균형이 맞지 않은 점이 불합리하게 작용할 거 같아.

정연 1차 공론화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고, 2차로 탈원전 정책을 위한 공론화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해.

수열 공론화는 매우 민주적인 방법이야. 정부가 사드 문제도 이렇게 해결했으면 좋았을 텐데···.

⑤ 공론화 과정, 10대만 빠졌다

수열 민주적이지 못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10대만 뺀다는 건 미래세대 의견을 묵살하는 거야.

정연 10대도 시민대표참여단에 포함돼야 해. 원전 건설하고 난 뒤 살아가는 건 10대가 가장 많을 거야. 그 중요한 세대인 우리만 빼고 공론화하는 건 옳지 않아. 국민투표를 한다면 10대를 꼭 포함해야 해.

다빈 앞으로 살날이 더 많은 10대에게 투표권도 안 주고, 배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이번 결정이 10대들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 말이야.

혜림 아직 우리가 미래세대를 책임지기에는 어리지 않나.

재환 10대가 어리고 미숙하다는 건 선입견이야. 10대가 빠진 공론화는 의미가 약해져.

토론을 마친 뒤 <한겨레>는 이슈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자료집을 제공했다. 지난 6월28일부터 석 달 동안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보도한 핵발전 및 공론화 관련 기사 69개(한겨레 34개, 조선일보 35개)를 자료집에 담았다.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은 일주일 동안 자료집으로 이슈에 대해 학습한 뒤 17일 오후 다시 한겨레신문사에 모여 ‘본격 숙의’에 돌입했다. 미래세대의 본격 숙의 내용은 ‘하편’에서 이어진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10대로만 꾸려진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모의 공론조사’에 참여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환, 안다빈 학생, 양현모 대표(조정자), 주정연, 박동연, 송혜림, 박수열, 심윤정 학생.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0대로만 꾸려진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모의 공론조사’에 참여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환, 안다빈 학생, 양현모 대표(조정자), 주정연, 박동연, 송혜림, 박수열, 심윤정 학생.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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