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 등 국정원 관계자 4명 주거지 압수수색
검찰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서울시장 사찰 문건’에 관여한 전직 간부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6일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5일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 추명호 전 반값등록금 문건 작성 팀장 등 4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국정원이 작성한 박원순 시장 사찰 문건과 관련된 이들이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TF)는 지난 11일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3년 5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장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과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 2건의 문건을 국정원이 작성했고, 이와 관련한 심리전 활동도 수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문건은 국정원 2차장 산하 국익전략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반값등록금 관련 문건의 경우 작성자가 국익전략실을 의미하는 ‘비(B)실 사회팀’으로 특정돼 있고, 추 전 팀장 등의 이름이 실명으로 적혀 있었다.
검찰이 박 시장 문건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윗선’을 겨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26일 오후 원세훈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정치·선거개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원 전 원장에게 다른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가 이번 수사의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검찰도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이 전 대통령에게 어디까지 보고했는지,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시장 사찰 문건 외에 국정원에서 수사 의뢰한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주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부당하게 제작에서 배제된 피디(PD)들이 피해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잇따라 검찰에 출석한다. 26일 최승호 <문화방송>(MBC) 전 피디와 이우환 피디, 정재홍 전 <피디수첩> 작가가 출석하고, 27일에는 김환균 피디가 나온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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