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깎아내리려 합성사진을 유포했던 국가정보원 직원이 재판 비공개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성보기 부장판사의 심리로 31일 열린 첫 재판에서 국정원 2급 공무원 유아무개씨 쪽은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 쪽은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국정원 전 심리전단장인 유씨는 2011년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조작 사진을 만들어 배포하도록 한 혐의(명예훼손)를 받고 있다. 실제 이 사진은 민간인외곽팀이 사용한 아이디를 통해 온라인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문화·예술계 인사, 단체를 상대로 한 여론전을 지시했고 심리전단은 합성사진의 제작·유포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9월22일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유씨를 구속한 바 있다.
법원조직법 제57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면서도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법원은 서울시 공무원 조작 간첩 사건’ 때 국정원 수사관들의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국정원 관련 사건에서 재판을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유씨의 변호인은 재판 뒤 “당사자가 비공개 재판을 원했다”며 “국정원 직원 신분이라 비공개 재판을 요청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긍정했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자칫 관련 재판이 모두 비공개되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양재의 김용민 변호사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재판이 비공개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은 국정원 본연의 업무와도 관계가 없고 오히려 국정원이 그동안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