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회사 건물은 안전한 거야?…준공연도부터 확인하세요

준공연도와 층수로 내진설계 여부 확인
하지만 설계와 실제 시공은 별개 문제
기둥이 받치는 필로티 구조 지진에 취약

1층에 기둥보만 세워 주차장으로 쓰는 필로티 구조의 주택건물은 내진설계가 돼 있어도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2015년 10월 당시 국민안전처는 전국의 모든 공공시설물 11만6768동(곳)에 대한 내진 성능 확보 여부를 조사했다. 성적은 45.6%, 낙제점이다. 11만여곳 가운데 5만여곳에만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놀이기구 등 유기시설이 가장 낮아 내진설계가 적용된 경우가 13%에 불과했고, 학교시설 3만1900곳 중 내진설계가 이뤄진 곳은 7573곳(23.7%)뿐이었다. 이밖에도 어항시설, 공공건축물, 전기통신설비, 철도시설 등의 절반 이상에서 내진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재난 상황을 종합 지휘하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와 상황실조차 내진 성능 확보율이 59%밖에 안됐다.

민간건축물의 내진설계 확보율은 이보다 훨씬 못 미쳐 30%가 채 안된다. 우리집, 내가 다니는 회사는 30%에 들어가는 걸까?

주택이나 건물이 내진설계가 됐는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지어진 준공연도로 확인할 수 있다. 1962년 제정된 건축법은 지진에 대한 안전성 확보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1988년 명문화된 규정이 마련되기까지는 실효가 없었다. 이때 규정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에만 적용됐다. 가령 1987년에 준공된 15층짜리 아파트라면 내진설계가 안 돼 있다고 봐야 한다.

내진설계 규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돼 2000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이 대상에 포함되고, 2005년에는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으로 규제 범위가 확대됐다. 올해 2월부터는 2층 이상, 면적 500㎡로 대폭 강화돼 사실상 모든 주택과 건물을 지을 때 내진설계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우리집이 언제 지어졌는지는 정부민원포털 민원24(minwon.go.kr)에서 건축물대장을 무료로 열람하면 알 수 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는 방법도 있지만 유료이다. 서울시의 경우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goodhousing.eseoul.go.kr/SeoulEqk/index.jsp)에서 주택이나 아파트 등 거주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여부 및 내진 성능까지 검색해볼 수 있지만,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건축물의 준공 연도로 보아 내진설계 의무 대상에 들어간다 해도 실제 내진설계가 됐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도시연구소장은 “내진설계란 지진에 저항하도록 하는 설계다. 건물이 지진이 났을 때 버티면 된다. 지진은 힘 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물의 철근이 휘어지는 것을 잡아주기 위한 가로 철근이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잘 넣어졌는지가 관건이다. 진흙도 지푸라기가 들어가면 튼튼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서로 엮어주는 것이 내진설계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내진설계에 이런 상세한 부분들이 잘 돼 있다 하더라도 실제 시공하는 업체들이 현장에서 철근 간격을 설계대로 촘촘히 맞추고 갈고리(훅)를 규정대로 만들어 철근을 엮었는지는 콘크리트를 부셔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삼풍백화점의 경우도 철근들이 슬라브 기둥 안까지 꺾여 들어갔어야 하는데 직선으로 들어가 있어 쑥 빠지면서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 것으로 분석됐다. 건물이 내진설계 의무 규정에 해당한다 해도 실제 설계대로 내진 성능이 확보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1층에는 기둥보만 세워 주차장으로 쓰고 2층 이상은 아파트식 건물을 꽉 채워 올려놓은 필로티 구조 건축물들은 내진설계 범위의 지진에도 취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진의 충격파는 약한 기둥보 쪽부터 파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5일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에서는 필로티 구조 건물의 기둥이 파괴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근영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