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13년 당시 검찰의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기 한달 전에 이미 내부 감찰을 통해 직원들의 조직적 댓글작업을 파악했던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현안 티에프(TF)’까지 꾸려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2013년 4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검찰 수사·재판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 방해 등) 등으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 등 국정원 간부 4명과 장 전 지검장과 이제영 부장검사 등 당시 파견검사 2명 등 모두 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과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에 9억9000만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는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은 지난 15일 기소된 바 있다.
이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국정원이 내부 감찰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은 2013년 3월 진상 재확인 차원의 감찰을 통해 85명의 직원이 댓글활동에 관여된 사실을 파악했다. 1인당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60개의 아이디를 사용하며 1일 평균 댓글 23건과 트위터 글 62건을 작성한 사실은 확인한 것이다. 이는 2013년 4월18일 검찰이 국정원 특별수사팀을 꾸리기 한달 전 일이다.
당시 국정원은 검찰의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현안 티에프’가 회의를 통해 주요 사안을 결정하면 이제영 부장검사가 팀장이 된 ‘실무 티에프’가 실행하는 방식이었다. 가령 현안 티에프가 불법 선거·정치 개입 활동을 ‘정당한 대북 심리전 활동 중에 발생한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로 단정하는 대응 기조를 수립하면, 실무 티에프는 이를 그대로 실행했다. 실무진 티에프에 소속된 국정원 변호사와 파견검사가 이 기조에 맞춰 변호인 의견서, 참고자료, 증인신문사항 등 총 130건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는 고스란히 원 전 원장이 선임한 사선 변호인에게 전달됐고, 이들은 법정 증언을 앞둔 8명 국정원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지시했다. 주요 증인인 심리전단 직원 박아무개씨의 경우 업무와 무관하게 재판 기간에 러시아로 출장을 가도록 하고, 박씨의 출장 사유와 댓글 활동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법원에는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었고, 불법 공작활동이 없었다는 허위 내용을 회신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2013년 4월30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 등을 만들고, 전날 저녁 국정원 안보3팀 사무실에 모여 가짜 사무실을 점검하고, 구성원별로 임무를 세밀하게 나눠 리허설까지 한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났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직적인 사법방해 공작이 없었더라면 실체 진실이 일찍 드러났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그 실체를 왜곡시켜 국가 사법 자원 측면에서 인적, 물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초래하게 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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