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서장, 서울청 근무 때 실시간 수사정보 국정원에 유출 혐의
비밀누설 시효 5년…검, 만료 하루 앞둔 11일 불구속 기소 방침
김하영씨 노트북 제출한 13일부터 수사정보 유출 됐다고 판단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12년 대선 전후 경찰의 댓글 사건 수사상황을 국가정보원에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서장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상 기밀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맡은 검찰이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11일 관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정원 직원과 45차례 통화한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에게 적용되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소시효(5년)가 오는 12일이면 만료되기 때문이다.
왜 공소시효 임박했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은 정확히 5년 전인 2012년 12월11일이다. 당시 제보를 받고 나간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현관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고, 경찰은 이틀 뒤인 13일 김씨 노트북 등을 제출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정보 유출이 노트북 제출 직후부터 진행됐다고 보고, 공소시효가 범행 발생 전날인 12일에 끝난다고 본 것이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수서경찰서로부터 분석자료를 넘겨받은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부터 국정원에 수사 관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려줬다. 서울경찰청 출입 정보관인 국정원 직원 안아무개씨가 증거 분석이 어디서 이뤄지는지 묻자, 김 서장은 “수서서에는 관련 장비가 없어 서울청에서 증거 분석을 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또 이튿날인 14일 오후에는 “이제 노트북 분석을 본격 시작했다. 수서경찰서에서 (증거 분석에 사용될) 검색어를 많이 줘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얘기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8~9시께 김씨의 노트북에서 ‘메모장 파일’ 1개가 복구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분석팀이 이 메모장 파일을 통해 4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확인했고, 이튿날 새벽 김씨가 이들 닉네임 중 하나를 사용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분석을 시작한 지 8시간도 채 안 된 15일 새벽, 선거개입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자 분석관들이 “한 건 했다”고 박수를 치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이 찍힌 것도 이때다.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상황 어땠나
하지만 이런 환호와 달리 경찰 간부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12월15일 오전 당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현락 수사부장과 이병하 수사과장, 김병찬 수사2계장(현 용산서장)에게 “일단 증거 분석을 좀 더 진행하면서 수서서에 분석결과물을 일체 넘겨주지 말고 분석결과를 알려주지도 말라”고 지시했다. 이날 낮 무렵 김 서장은 국정원 직원 안씨와 한 통화에서 “(김씨 노트북의) 삭제된 파일에서 정치개입 글이 발견됐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우려를 전했다. 안씨가 향후 수사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묻자 “우리가 내부에서 검색 단어를 3~4개로 추려서 검색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전해줬다. 실제 서울청은 이날 저녁 회의를 거쳐 수서서에 키워드를 100개에서 4개로 축소하는 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내용은 2013년 기소된 김 전 청장의 재판에서도 핵심 쟁점이었지만, 법원은 이 지시를 수사 은폐가 아닌 ‘보안 지침’으로 판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서 더 구체적인 상황이 추가로 확인된 셈이지만, 김 전 청장은 이미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공소시효가 임박해 오면서 검찰은 일단 김 서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라인이었던 디지털증거분석팀 분석관들과 김 서장, 이병하 수사과장, 최현락 수사부장 등을 조사했지만, 대부분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관련영상] [훅#6]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의 열쇠, 의문의 전화번호 9개